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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M&A 진단]빅파마끼리도 합치는데…글로벌 M&A서 소외된 K바이오①

  • 등록 2026-08-19 오후 4:30:04
  • 수정 2026-08-19 오후 7:11:14
이 기사는 2026년8월19일 16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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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시가총액 약 4000억달러(약 57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제약사가 탄생할 뻔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최근 수개월간 합병을 논의하면서다. 양사는 현금과 주식을 결합한 거래 방식까지 검토하고 8월 중 합병 발표를 목표로 논의를 진전시켰지만, 관련 정보가 외부에 알려진 뒤 투자자 반발 등이 거세지면서 결국 협상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중단됐지만 세계 최상위권 제약사조차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와 몸을 합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사실은 K바이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바이오텍들은 혁신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에 수조원에 팔리고, 일본 제약사들은 미국 바이오텍을 잇달아 사들이는 사이, K바이오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수자도 피인수자도 되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고 있다. ‘팔 기술’은 있지만 글로벌 기업이 통째로 ‘사고 싶은 회사’는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중국은 ‘팔리고’ 일본은 ‘사고’…한국은 어디에

세계 정상급 제약사조차 내부 R&D만으로 성장하기보다 경쟁사의 자산과 조직을 통째로 확보하는 선택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절벽으로 기존 블록버스터 매출은 사라지는데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명과학 업계의 M&A 금액은 지난해 약 2400억달러(약 341조원)에 달했고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평균 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아시아에서도 M&A 지형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중국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세포치료제 기업 그라셀바이오테크놀로지스를 최대 12억달러(1조7000억원)에 인수했고, 덴마크 젠맙은 중국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프로파운드바이오를 18억달러(2조6000억원)에 품었다. 바이오엔테크도 PD-L1·VEGF 이중항체 후보물질 ‘BNT327’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테우스를 선급금 8억달러(1조1000억원),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9억5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빅파마들이 단순 기술도입을 넘어 중국 바이오텍 쇼핑에 나선 셈이다.

중국의 존재감은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신약 초기 개발 프로그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에서 2024년 32% 이상으로 급증했다. 풍부한 신약후보물질뿐 아니라 임상 단계까지 빠르게 진입해 인체 대상 효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산이 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기업 전체를 인수할 명분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반대 방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 제약사들은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아스텔라스는 2023년 미국 안과 전문 바이오텍 아이베릭바이오를 59억달러(8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오노약품은 2024년 미국 항암제 개발사 디사이페라를 24억달러(3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오츠카제약도 같은해 미국 신약개발사 즈나나테라퓨틱스를 선급금 8억달러(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이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 대상으로 부상했다면 일본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바이오텍을 직접 사들이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글로벌 M&A 시장에서는 인수자도 피인수자도 아닌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은 파는데 회사는 못 판다…K바이오의 M&A 역설

한국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잇달아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신약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기업 전체가 글로벌 빅파마의 M&A 대상으로 논의되는 사례는 드물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에서 필요한 신약후보물질이나 플랫폼의 사용권만 사갈 뿐 연구조직과 후속 파이프라인까지 통째로 확보할 필요성은 아직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와 ‘사고 싶은 회사’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빅파마가 기업 전체를 사려면 특정 후보물질 하나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상에서 개념입증(PoC)을 마친 복수 파이프라인과 후속 후보물질을 계속 만들어낼 연구조직, 다른 약물에도 반복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갖춰야 한다. 국내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자금 부족으로 후기 임상에 도달하기 전에 기술수출을 택하는 구조에서는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BMS 같은 글로벌 톱티어 기업도 시장 변화를 읽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변신을 모색하는데 국내 제약사들은 여전히 기존 제네릭 사업에 안주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은 생존의 한계에 몰린 뒤에야 M&A를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탄했다.

국내에서 필요한 M&A도 단순히 부실기업끼리 합쳐 몸집을 유지하는 ‘생존형’과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과 글로벌 사업화 역량을 가진 제약사 또는 대기업이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벤처와 결합해 임상부터 허가·판매까지 함께 키우는 ‘성장형 M&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선주 에이피트바이오 대표는 “국내에서 필요한 것은 제네릭 중심 제약사 간 단순 통합이 아니라 사업화 역량을 가진 제약사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의 결합”이라며 “글로벌 제약사가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과 기술, 자본을 결합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왜 계속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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