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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 진화…웰트·한독, AI 치료 플랫폼 확장

  • 등록 2026-03-10 오후 3:40:37
  • 수정 2026-03-10 오후 3:40:3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한독과 웰트가 14일 ‘세계 수면의 날’을 앞두고 공동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의 개발 로드맵과 사업 전략을 10일 공개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가 10일 서울 역삼동 웰트 사무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CES 2026 상패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디지털로 구현해 스마트폰 앱 형태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의료진의 진료 후 처방을 통해 사용할 수 있으며, 환자는 6주간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 요법, 수면 위생 교육 등을 통해 근본적인 수면 습관을 교정하게 된다. 슬립큐는 ‘통합심사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한독과 웰트는 2024년 4월 슬립큐 첫 처방을 시작으로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특성을 고려해 도입 초기에는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 진료 중심으로 활용 사례를 축적했으며, 최근에는 대면 진료 처방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현재 슬립큐는 종합병원 20여 곳과 클리닉 60여 곳에 리스팅을 완료했으며, 한독의 전문의약품 영업 조직과 협업해 처방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수면장애 환자 증가…디지털 치료제 필요성 확대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수면장애는 더 이상 개인의 컨디션 문제가 아닌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89만 명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약 32% 증가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2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시간 22분)보다 약 40분 짧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국내에서만 연간 약 1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유진 웰트 최고의학책임자(이사)는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흔히 수면제 처방을 떠올리지만, 미국내과학회(ACP)나 유럽수면학회(ESRS) 등 글로벌 학계에서는 약물이 아닌 인지행동치료(CBT-I)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잘못된 수면 습관과 사고 패턴을 교정하는 근본적 치료법이지만, 4~6회 이상의 교육 세션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과 전문가 부족 문제로 실제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케어센터’ 기반 디지털 CBT-I…치료 순응도 75%

슬립큐는 이러한 CBT-I를 스마트폰 앱 형태로 디지털화해 의료 현장의 공백을 보완한다. 환자는 의료진의 처방을 통해 6주 동안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 요법, 수면 위생 교육 등 다섯 가지 핵심 치료 요소를 단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수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수면 제한’과 침실 환경을 각성이 아닌 수면과 연계시키는 ‘자극 조절’ 등은 전문적인 행동 치료 기법에 해당한다.

이 이사는 슬립큐의 강점으로 ‘케어센터’를 통한 밀착 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환자가 앱을 설치한 뒤 치료 과정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케어센터 상담사가 1일 차, 8일 차, 4주 차에 직접 연락해 수면 기록을 확인하고 치료 참여를 독려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8일 차에는 환자가 기록한 7일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최적의 수면 시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슬립큐는 약 75%의 높은 치료 순응도(완주율)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인 약물 치료의 순응도인 약 60%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유의미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갱년기 우울감을 동반한 여성 환자의 경우 슬립큐 사용 2주 만에 개선 효과를 체감했으며, 10년 이상 불면증을 겪던 남성 환자는 8일 차에 제시된 수면 시간 가이드를 따르면서 수면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약 1년 뒤 증상이 재발해 다시 슬립큐를 처방받는 사례도 나타나며 디지털 치료제의 지속적인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6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확증 임상에서도 유효성이 확인됐다. 슬립큐 사용 7주 후 수면 효율(SE)은 기저치 대비 약 15.14% 향상됐고, 입면 시간은 55% 이상 감소했다.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믿음을 측정하는 DBAS-16 점수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며, 치료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이후 약 24개월 동안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웰트의 핵심 비전: 약물을 최적화하는 플랫폼 ‘Drug OS’

강성지 웰트 대표는 발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약물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인 ‘드럭 OS(Drug OS)’의 개념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의사가 약을 처방하지만 환자가 다시 병원을 찾기 전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의 공백기 동안 환자의 상태는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드럭 OS는 이 공백에 인공지능을 투입해 약물과 환자 사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하는 운영체제 역할을 수행한다.

(왼쪽부터) 웰트 이유진 최고의학책임자, 강성지 대표, 김경한 한독 디지털헬스케어사업실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웰트 사무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이 시스템은 환자의 수면 패턴과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약물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점을 제안하며, 약물의 성분이나 제형을 바꾸지 않고도 AI 기술을 통해 치료 효능을 높인다. 강 대표는 이를 통해 기존 제네릭(복제약) 제품에 AI라는 ‘에지’를 더해 개량 신약 수준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웰트는 이 드럭 OS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단순히 디지털 치료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를 넘어 약물의 효능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제약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슬립큐 2.0’으로 진화…유럽·중동 시장 공략

강 대표가 제시한 드럭 OS의 구체적인 형태가 ‘슬립큐 2.0’이다. 여기에는 2026년 CES 혁신상을 수상한 AI 기반 복약 타이밍 플랫폼 ‘AgentZ’가 탑재된다. 약물 포장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사용자의 생체 신호와 생활 패턴을 분석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복약 시점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현재의 AI가 의과대학 졸업생 수준이라면 슬립큐는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레지던트’처럼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트는 유럽과 중동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독일 뮌헨 지사 설립과 독일 디지털헬스협회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유럽 최대 대학병원인 샤리테(Charité)와 협력해 비대면 분산형 임상시험(DCT)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2027년까지 독일 공공의료보험 급여 제도인 DiGA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동 시장 역시 아랍에미리트(UAE) 의료제품 규제기관(EDE)과 협력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으며, 현지 유통사와 구체적인 사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독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경한 한독 디지털헬스케어사업실장은 한독이 웰트에 투자한 지 5년, 전담 사업실을 설립한 지 2년이 됐다고 설명하며 향후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생활 습관 관리, 진료 이후의 공백 해소, 병원 운영 효율화 등을 핵심 과제로 꼽으며 환자 중심의 실생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독은 웰트의 슬립큐를 비롯해 당뇨 관리 앱 ‘나토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약국 디지털 솔루션 ‘바로파’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실장은 “디지털 치료제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진의 시간 부담을 줄이고 원활한 유통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립큐는 현재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종합병원 20여 곳과 클리닉 60여 곳에 도입되며 처방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혁신의료기술 트랙을 통해 실손보험 적용도 가능해져 환자는 약 2만 원대의 본인 부담금으로 디지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웰트는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7년 코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강성지 대표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임상 데이터와 축적된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독과 함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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