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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유럽의약품청(EMA)이 신경퇴행성 뇌질환 신약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다 엄격한 허가 심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년새 미국에서 승인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신약 ‘렐리브리오’와 ‘칼소디’ 등 2종이 유럽 연합(EU)에도 진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년 이상 루게릭병 치료제 허가를 하지 않고 있는 EMA 문턱을 넘는 약물이 나올 경우 국내외 바이오텍이 준비하는 후발약물의 개발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EMA가 렐리브리오의 허가 심사 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통보하면서 내달로 예정된 결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칼소디 역시 1차 평가지표(1차 지표)를 충족 못했던 전적으로 인해 EMA 승인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루게릭병 치료제 시장의 성장도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렐리브리오’(왼쪽)와 미국 바이오젠의 칼소디(오른쪽) 등 2종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치료제가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됐다. 올하반기에 차례로 나올 두 약물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의 심사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제공=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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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가 최근 2년 사이 승인해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약물은 4종이다. 여기에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등 치매치료제 2종과 루게릭병 치료제 ‘렐리브리오’(성분명 페닐부틸산나트륨·우르소독시콜타우린, 캐나다 제품명 알브리오자), ‘칼소디’(성분명 토퍼센) 등 2종의 루게릭병 치료제가 포함된다. 2021년 6월 미국에서 승인된 아두헬름을 제외한 나머지 3종은 모두 올해 시판허가됐다. 레켐비를 제외하면 각 약물에 적용된 1차 평가지표(1차 지표)를 미충족한 약물들이 모두 허가됐다. FDA는 미충족 의료 수요 충족을 표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자국 내 기업이 개발한 물질이 해당 퇴행성 뇌질환에 ‘퍼스트 인 클래스’(최초) 신약에 등극을 도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아두헬름과 레켐비, 토퍼센은 미국 바이오젠이 주도해 개발됐고, 렐리브리오는 미국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아밀릭스)가 만들었다.
반면 EMA는 2021년 말 미국에서 아두헬름의 “이점이 위험성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며 허가를 거부했다. 7~10월 사이 렐리브리오와 칼소디, 레켐비 등에 대한 EMA의 허가 심사 결과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바이오젠 등이 레켐비의 경우 1차 지표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27%인 점과 아두헬름 대비 부작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레켐비를 차치하면 1차 지표를 충족 못한 렐리브리오와 칼소디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30일(현지시간) 아밀릭스는 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최근 회의에서 렐리브리오의 허가 신청 프로젝트명인 AMX003에 대한 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내달로 예정된 허가 결론이 최종 반려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아밀릭스 측은 AMX0035의 허가가 불발될 시 재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소 4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25년 이상 EMA가 새로운 루게릭병 신약을 허가하지 않아 미충족수요가 축적된 점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밀릭스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각각 2만 9000명과 3만명 안팎의 루게릭병 환자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는 약 35만명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며, 국내에는 3000명 수준이다. 현재 ‘리루졸’이나 ‘리루컷’ 등 수십년 전에 개발된 경구용 루게릭병 지연제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루게릭병 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아두헬름 투여 시 나왔던 뇌부종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렐리브리오 개발 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았다. 같은 경구용 위약군과 비교해 우수한 내약성이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FDA와 달리 뇌를 타깃하는 약물에서 미충족 수요보다 효능과 위험도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을 강조하는 EMA는 최근 CHMP에 권고를 수용해 결론을 내리는 상황이다”며 “렐리브리오의 유럽시장 진출은 이번에 어려울 수 있다. 최대 시장인 EMA에서 신약 등장이 늦어지면 관련 시장의 성장성도 위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칼소디 역시 지난해 12월 EMA에 가속승인 신청서가 접수돼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내 관련 허가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또다른 루게릭병 신약개발 업계관계자는 “칼소디는 안티센스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ASO) 신약으로 루게릭병 적응증을 획득한 최초의 약물이다”며 “2016년 EMA로부터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이번에 허가된다면 ASO를 개발중인 후발 주자의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소디가 EMA 허가문턱을 넘을 경우 이와 비교한 데이터를 참고해 ASO 기반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전략을 세울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미국내 루게릭병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코아스템켐온(166480)이 국내에서 시판된 줄기세포 재생치료제 ‘뉴로나타알’의 임상 3상을 지난 2020년부터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해당 임상 3상의 최종 투약 인원(115명)의 환자 등록이 마무리된 상황이다.
코아스템켐온은 렐리브리오나 칼소디 등 등보다 뉴로나타알의 수명연장 효과가 높다고 분석중이며, 2024년 말까지 미국내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칼소디와 같은 ASO 기반 퇴행성 뇌질환 신약후보물질 ‘BMD-001’에 대해 루게릭병 적응증으로 미국 임상을 시도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