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대학이 바이오 기업의 주요 육성 기관으로 역할을 해내면서 이를 사업화하고 투자해 성장시키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의 발길도 대학을 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산시장에 흘려들어간 유동성 영향에 바이오 벤처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몸 값이 낮은 초기 단계는 물론 창업 과정부터 한 배를 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9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투자회사 신규 투자 금액은 3조730억원 가운데 바오·의료 부문이 8066억원(26.2%)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ICT 서비스(7953억원, 25.8%)보다 높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계속 이어져온 흐름이다.
신규 투자금이 바이오를 향하면서 투자 범위도 넓어졌다. 이미 설립된 회사에서 유망한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연구소에 있는 기술과 물질 등을 사업화 하는 것이다. 최근 학교에서도 사업화나 라이센싱 아웃(기술 매각) 등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올해 상반기 창업투자회사(VC) 신규투자 금액 비중 *자료=한국벤처투자협회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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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브릿지벤처스가 발굴한 타우피엔유메디칼이 대표적 사례다. 타우피엔유메디칼은 부산대가 보유한 ‘승모판막 서클라지 시술용 장치’ 특허기술을 상용화한 의료기기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업체다. 김준홍 부산대 의대 교수가 창업했는데, 스톤브릿지가 발굴해 초기 투자를 집행했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BNK벤처투자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부산대학교기술지주 등이 함께 투자했다.
타우 단백질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아델’도 대표적인 사례다.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원실험실 창업으로 시작된 기업이다. 스톤브릿지에서 이미 창업된 회사가 아닌,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을 물색하다 아델 창업팀을 만나게 된 케이스다.
VC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금이 풍부하다 보니 기업가치가 높아졌는데, 좋은 기업일수록 투자자가 몰리기 마련”이라며 “초창기에 발굴해, 후속 투자까지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 중에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토모큐브’를 발굴, 투자를 단행했다. 토모큐브는 박용근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CTO)가 기술 창업 전문가 홍기현 대표와 함께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했다. 연구실에 있던 기술을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발굴해 기술 사업화를 진행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초기 투자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한미사이언스, 인터베스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스 등이 후속 투자했다. 현재 상장을 위해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학교에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업은 처음인 분들이 많다”며 “모든 대학 교수님과 박사과정에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없지만 이들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창업 전부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 설립을 통한 창업은 아니어도 기술을 산업계에 매각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달 초 제주도에서 진행된 행사 ‘인터비즈’는 대학과 연구소, 산업계 등이 모두 참석하는 협력파트너 발굴 행사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9번째 행사를 마쳤다.
바이오텍 한 관계자는 “인터비즈는 대학 관련 기관들도 참여해서 각 학교 교수가 갖고 있는 기술 소개에도 나서고 있다”며 “학교가 곧바로 상업화 하기 어려운 것들은 산업체에 라이선싱 아웃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고, 공동 개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