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에스티팜(237690)이 올해 첫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의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수주 규모는 800억원대로 시장 예상치보다 수백억원 더 크다. 이달 중 계획했던 올리고핵산치료제 API 생산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다음달부터 생산물량은 1.8배로 늘어난다. 에스티팜은 계획된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해 오는 2030년까지 올리고핵산치료제 사업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에스티팜은 유럽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약 807억원(6534만달러)의 만성질환용 올리고핵산치료제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이날부터 내년 1월초까지다.
| 에스티팜의 반월 올리고공장 (자료=에스티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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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유지에 대한 거래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파트너사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기간, 상업화 단계 등을 고려했을 때 계약상대방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렉비오’의 제조사인 노바티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수주규모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규모를 뛰어넘는다. 지난 2020년 에스티팜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6년간 매년 최소 100kg 이상의 API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당시 공개한 2021년 상업화 초기물량의 계약규모 458억원을 토대로 예상 수주규모를 추정한 바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했던 물량 600억원보다 수주 규모가 커 기존 추정치보다 매출액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티팜은 2018년부터 3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지만 지난해 3년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와 내년의 실적개선 기대감도 높다. 증권업계의 올해 에스티팜 실적 컨센서스는 지난해 영업이익(56억원)의 3배 수준인 183억원이다.
업계에서 에스티팜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올리고핵산치료제의 생산능력(CAPA) 증가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연내 에스티팜은 제1올리고동의 1·2차 증설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현재 에스티팜은 일 2.0mole 생산이 가능한 단일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연 평균 최대 750kg의 API 생산이 가능하다.
다음달부터 1차 증설이 끝나고 4월 중 가동되면 총 CAPA는 일 3.6mole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르면 5월 중 2차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7월에는 대형 라인 3개와 중형 라인 1개로 구성된 생산라인 4개를 갖추게 된다. 총 생산능력도 일 6.4mole로 3배 이상 늘어난다. 에스티팜은 현재 최종적으로 오는 2026년까지 지금보다 7배 많은 14.0mole의 CAPA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에스티팜의 추가 수주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연초 올리고핵산치료제 API 수요에 부정적인 사인들이 있었던 만큼 에스티팜이 렉비오 외 추가 수주에 성공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지난 1월 화이자는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던 안티센스 올리고 기반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부파노센’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오는 2024년말이 되면 상업화되는 만성질환약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5년 올리고 매출만 3000억원, 2030년까지 1조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