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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세계적으로 발병 위험이 급증하는 당뇨병과 그 원인이 되는 비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 있다. 바로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한 당뇨병을 타깃하는 ‘빅토자’와 ‘오젬픽’으로 반향을 불러 일으킨 노보는 이를 각각 변형시킨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위고비’로 글로벌 수요를 사로잡았다. 이달 기준 시총 평균 약 430조원으로 제약 업계 2위에 오른 노보 노디스크가 새로운 전환점(티핑포인트)을 맞이하고 있다.
| (제공=노보 노디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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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생산→ 신약 개발’ 전문 기업으로 변신세계적으로 4억명의 환자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2040년에는 6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1989년 노보 인터스트리 A/S와 노디스크 인슐린라보토리움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1923년 인슐린 상업화에 성공한 노디스크 인슐린라보토리움의 자원을 바탕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당시 세계 최대 인슐린 생산업체로 거듭났다. 현재도 노보는 세계 인슐린의 50% 이상을 제조하고 있지만, 2000년을 전후로 대사질환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는데 성공했다.
1990년대 제약바이오 기업은 당뇨병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을 통한 인슐린 성능 개선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영국의 유전학자 프레드릭 생어가 최초로 인슐린의 아미노산 서열을 해석하면서, 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아미노산 조합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은 미국과 유럽에서 1996년 당뇨병 치료제로 차례로 승인된 미국 일라이릴리의 ‘휴마로그’(성분명 인슐린 이스프로)다. 휴마로그는 식후 30분 이내 효과가 나타나며 약 5시간 동안 지속됐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2000년 미국에서 ‘노보로그’(성분명 인슐린 아스파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당뇨병 관련 신약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노보로그는 피하주사 후 1~3시간 사이에 최대 효과가 발생하며, 휴마로그처럼 최대 5시간까지 지속되는 물질이었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휴마로그믹스나 노보로그믹스와 같이 현재 속효성과 지속성을 절충해 환자별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혼합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고, 이미 관련 바이오시밀러도 나와 해당 시장은 포화 상태다”며 “현재는 글루카곤유사펨타이드(GLP)-4, 나트륨 글루코이드 SGLT-2 등 당뇨병과 관련된 여러 기전의 약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의 GLP-1를 개발한 것이 바로 노보 노디스크다”고 강조했다.
|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 계열의 최초 당뇨병 신약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위)와 이를 약물 재창출해 개발한 비만치료제‘삭센다’(아래).(제공=노보 노디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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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비만 아우르는 GLP 시장 개척한 ‘노보’노보 노디스크는 2000년 1월 덴마크 주식시장에 주당 19.9크로네(한화 약 3000원)로 출발했고, 현재 그 가격은 994크로네로 약 4897% 상승했다. 그 성장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GLP 계열의 세계 최초 신약 리라글루타이드와 그 후속작 세마글루타이드다. 두 물질은 모두 췌장 베타(β)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GLP-1 작용제다.
유럽의약품청(EMA)이 2009년 리라글루타이드를 당뇨병 치료제로 최초 승인했고, 노보 노디스크는 이를 ‘빅토자’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미국식품의약국도 2010년 빅토자를 같은 적응증으로 승인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12년 세마글루타이드를 발견했고, 2017년 FDA로부터 이 성분에 대해 당뇨병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획득해 ‘오젬픽’을 출시했다.
회사는 당뇨와 비만의 연관성을 고려해 리라글루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의 비만 적응증 개발을 병행했다. 그 결과 미국 기준 성인 대상 비만치료제로 1일 1회 주사하는 삭센다가 2014년에 승인됐다. 삭센다는 2020년에는 소아 청소년까지 접종대상이 확대돼, 세계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비만치료제가 됐다.
이후 ‘삭센다2’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1주 1회 주사제 ‘위고비’도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처음 승인됐다. 현재 노보는 위고비의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 3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사질환 시장 경쟁 격화...“노보, 희귀질환 등 확장 시도” 한편 노보 노디스크의 최대 경쟁사 일라이릴리가 GLP-1 계열의 둘라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로 역전을 꿈꾸고 있다.
릴리는 둘라글루타이드 성분의 1주 장기 지속형 당뇨조절제 ‘트루리시티’를 개발해 2021년 기준 64억 72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7조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오젬픽(337억0500만 크로네)과 빅토자(150억5400만 크로네)의 합계 매출과 맞먹는다. 이에 더해 지난해 5월 FDA가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승인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 모두 임상 3상에서 20% 안팎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당뇨병 신약 개발 업계 또다른 관게자는 “빅토자와 오젬픽, 이를 각각 약물재창출시킨 삭센다와 위고비는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적응증을 보유했다”며 “경쟁 약물이 등장했지만 특히 비만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입지는 아직 굳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슐린 생산과 개발이라는 당뇨 외길 기업에서 비만으로 확장하며 대사질환 전문 최대 제약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점점 치열해지는 대사질환에서 희귀질환 및 난치성 만성질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1년 리보핵산간섭(RNAi) 전문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다이서나 파마슈티컬스’를 33억 달러에 인수합병했다. 최근 회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해 인슐린 저항성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도 시도하는 중이다.
샤샤 세미엔추크 노보노디스크 대표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역시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과 연결돼 있다”며 “줄기세포, 디지털 치료제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여러 난치성 질환 치료제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