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은 대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백토서팁’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 요법이다. 202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기판매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개발중이다. 현재 머크와 긴밀하게 공동으로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메드팩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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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3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올해 초 FDA와 글로벌 임상 2b/3상을 위한 Pre-IND 미팅(임상승인계획 사전미팅)을 갖고 자료 제출 전 사전 점검을 받았다”면서 “올해 FDA에 글로벌 임상 2b/3상 IND를 신청하고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백토서팁은 메드팩토가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 다양한 암에 대해 병용요법으로 활용하면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TGF-베타 저해제다. TGF-베타는 암세포가 번식하기 유리하게 주변 세포들을 변화시키는 물질이다. 암을 완치하려면 암세포를 죽이면서 동시에 주변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되는 것을 유도하는 TGF-베타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TGF-베타 저해제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1조원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운데 하나로 등극했다.
“키트루다가 대장암 1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지만 진행성 대장암의 일종인 현미부수체안정형(MSS형) 대장암에는 약효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대장암 환자의 86%가 현미부수체안정형 대장암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장암 환자에게 백토서팁을 키투르다와 함께 병용치료를 하면 탁월한 치료효과를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대표는 “이 종류의 대장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생존기간은 불과 수개월에 그친다”면서 “이런 배경으로 임상 3상에서 계획한 환자 중 3분의 1 정도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면 FDA에 조기판매 승인을 신청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임상은 미국, 한국 등 약 40개의 기관에서 500~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안에 환자등록을 개시할 방침이다. 일정대로라면 임상3상 중간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올 경우 내후년 조기 상용화가 이뤄질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대장암으로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만명이 사망한다. 세계 시장규모는 약 70조원으로 추정된다.
“백토서팁의 경우는 이제까지 임상을 통해 ‘다수 암종에서 다양한 항암제와 병용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 올해부터는 가장 빨리 치료제의 ‘조기 판매승인’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김대표는 “메드팩토는 후보물질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총체적으로 경험한 다수의 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조기 치료제 상용화를 통해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이 회사는 글로벌 임상 전문가 티모시 R. 알렌 박사를 미국법인 메드팩토 테라퓨틱스(MedPacto Therapeutics)의 임상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 글로벌 임상을 위한 진용을 구축했다. 알렌 임상 총괄 부사장은 독일 머크, BMS, GSK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20여년의 임상 경험 노하우를 가진 종양분야 임상 전문가다.
메드팩토는 백토서팁외 다양한 잠재력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로도 정평이 나있다. 암의 전이 및 재발을 알수 있는 BAG2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로 하여 삼중음성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MA-B2가 대표적이다. MA-B2는 BAG2에 작용하는 항암 항체치료제로 BAG2를 과발현하는 유방암, 흑색종, 대장암, 취장암등에 대한 동물시험에서 단독 또는 항PD-L1 작용제와 병용 투여 시 유의미한 항암효과를 보이는 연구결과를 확인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 파이프라인을 순차적으로 3~5개 정도 공개한다는 게 김대표의 계획이다.
메드팩토는 지난 1월 개발중인 항암제인 백토서팁을 머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임상을 진행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대표는 “백토서팁과 환자의 사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본다”면서 “환자의 병이 너무 악화되어서 사망하게 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는 병용임상을 진행할때 치료제 투입량을 상황에 따라서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할수 있다”면서 “반면 한국은 한번 정하면 변경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임상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미국 국립암연구소 종신수석연구원 출신인 김대표는 2007년 귀국해 차의과대 암연구소 연구소장등을 역임한 후 메드팩토를 창업했다. 지난 2002년 삼성 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