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7배 강한 ‘델타 변이’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중이다. 백신은 물론 치료제, 진단키트에도 우호적인 여건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불과 한 두 달 전만 해도 업계에선 백신 접종과 맞물려 확진자가 줄어들면 이들에 대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봤다.
델타 변이, ‘우세종’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검출률은 6월 넷째 주 3.3%에서 7월 셋째 주 48%로 급상승했다. 이번 주 우세종 기준인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델타 변이 급확산세는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유럽 28개국 중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국가가 19곳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도 델타 변이 비율은 신규 감염의 80%라고 밝혔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로 전 세계가 다시 코로나19에 잠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탓에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코로나 백신은 안 그래도 부족한 물량을 선진국들이 선점해 국가별 접종률 격차가 큰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백신 완전 접종 비율이 27일 기준 13.5%로 미국 48.75%, 영국 54.74%, 독일 49.02% 등과 큰 차이가 난다. 델타 변이 확산 이후에는 일부 선진국에서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대비해 백신을 추가 구매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공급 불균형이 단기간 내 깨지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백신, ‘임상 속도’ 기대 이러한 상황은 후발주자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셀리드(299660),
진원생명과학(011000),
제넥신(09570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등 국내 백신 개발업체 6곳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델타 변이로 임상 환자 모집이 수월해져서다. 이전에는 백신 접종이 늘면 환자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로 오래된 노하우를 단기간 내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글로벌 임상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해도 제3국에선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기존 바이러스 기반 백신이 델타 변이에 무력하지도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모든 변이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감염 예방 효과는 약간 감소하지만 입원 및 사망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업체로선 효능 높은 코로나 백신을 가장 빨리 내놓는 게 중요하다. 현재 국산 백신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달 임상 3상을 신청해 가장 속도가 빠르며 다른 업체들도 연내 3상 개시가 목표다. 개발 후엔 처음부터 ‘변이 바이러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에 나선 이점을 기대해볼 만하다. 백신 개발업체 관계자는 “신종 감염병이 나오면 항상 ‘변이’가 문제가 된다”며 “후발주자로서 이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별점을 두는 백신 개발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치료제·키트, 수혜 계속…‘재편’ 염두델타 변이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치료제 기대감도 되살아났다. 치료제 역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타깃 시장규모가 줄고 임상환자 모집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사전, 치료제는 사후가 타깃”이라며 “백신이 보급되면 치료제 수요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백신 보급이 코로나 확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치료제 수요도 급증했다.
다만 치료제 시장은 경구용 치료제 출시 후 재편될 가능성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나온 치료제는 다소 고가인 데다 복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치료 효과가 동일한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면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현재 이스라엘 오라메드 등 경구용 치료제 연구개발사 주가에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임상 진전이 빠른 곳은 3상인 미국 머크다. 오는 9~10월 긴급사용승인 신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대웅제약,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이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진단키트 업계도 델타 변이로 작년에 이어 올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진단키트는 그 동안 코로나 대표 수혜주로 꼽혀왔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미래실적 불투명성 등 중요사항을 충분히 기재하라며 반려했을 정도다.
진단키트 업계도 모든 곳이 과실을 누릴 순 없을 전망이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진단키트 업계가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제품들에 기회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는 지난해 수젠텍 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바이오니아 등이 수백에서 수 만배의 성장을 했다. 진단키트 업계도 체내 삽입 의료기기보다는 기술 난이도가 낮지만 ‘의료기기’인 만큼 신뢰가 중요한 특정을 지녔다. 글로벌 상위 4곳 점유율 50.2%에 달하는 구조다. 이 부회장은 “작년 수출을 많이 하면서 외국 마케터들의 네트워킹을 확보한 점이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