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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는 아직 선진국 빅파마와 경쟁에서 신약 개발 경쟁력이나 자본력 싸움에서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의료기기 분야만큼은 다르다. 최고 수준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K 의료기기’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8년 6조 8179억원 규모였던 K 의료기기 업계의 매출 규모는 2020년 7조 5317억원, 2021년 9조 1341억원으로 급성장세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2%에 달한다. 이미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글로벌 톱티어로 발돋움한 국내 의료기기 대표주자들을 직접 만나 현재와 미래를 집중 분석해봤다. [편집자주]줄탁동시(啐啄同時). 알에서 생명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가 밖에서, 병아리가 안에서 서로 쪼며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서로 합심해 일이 잘 이뤄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글로벌 1위 체성분 분석기업체
인바디(041830)의 차기철 회장과 이라미 사장이 바로 줄탁동시와 같은 사이다. 이들의 인연은 인바디 창립(1996년) 7년 만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이라미 인바디 사장. (사진=인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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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청운의 꿈을 차 회장과 함께하겠다며 인바디에 합류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후 과정을 마친 차 회장의 실력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이라는 회사의 목표에 매료된 것이다.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혜안까지 갖췄던 차 회장과 사업가 기질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이 사장의 시너지는 인바디의 역사가 말해준다. 초창기 회사 존립의 위기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제는 연매출 1400억원 규모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1위 체성분 분석 기업체의 위용은 숫자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해외 현지법인 9곳(미국과 유럽 등), 수출국 109곳, 해외 대리점 56곳,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70%, 인바디 관련 기술 논문 인용 4300여 차례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의 역할은 사원으로 입사해 연구소장, 유럽법인장, 그리고 현재의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 인사가 방증한다. 수치가 증명한다. 그의 유럽법인장 선임 이후 현지 실적이 대표적인 예다. 2017년 말 부임 당시 인바디 유럽법인 실적은 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72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해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차 회장이 지난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이 사장을 회사 전면에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체성분 분석기의 가정용 판매 확대와 수출을 늘리는 한편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인 혈압계 사업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1조 5000억원 규모의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 시장과 3조원에 달하는 혈압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 선 이 사장을 서울 강남에 자리한 인바디 본사에서 지난 15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이라미 인바디 사장. (사진=인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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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 인기 비결은
△시장 개척자로서 20년 넘게 한우물을 파며, 혁신해온 게 소비자에게 신뢰를 줬다. 인바디는 사명이지만, 이제는 체성분 분석기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건강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우리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줬다. 체성분 분석기는 우리 몸에 미량의 전기를 흘려서 나온 저항값에 키, 체중 등을 더해 종합적인 정보를 분석하는 장비다. 체내 수분, 근육량, 지방량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확도는 98%(체성분 측정 표준인 덱사 기준)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체지방 비율 등을 확인해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올해 매출액·영업이익 목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매출액 16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 달성이 목표다. 글로벌 수출선 확대에 따라 판매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게 변수가 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호실적 배경과 전망은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94억원과 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3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일본도 올해 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다수의 신제품 출시와 수출선 확대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외형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실화되면 조만간 연간 2000억원 매출액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긍정적인 소식이 많은데 투자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업구조가 체성분 분석기에 국한돼 있다며,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주가 부양 자체를 목표로 사업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천 기술력과 혁신 DNA를 믿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우리는 그간의 성장으로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연장선에서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주가 만족할 수 있도록 배당성향을 늘리고, 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차 회장과 주주들이 나에게 준 과제다. 큰 방향은 차 회장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혈압계과 체수분 분석기,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의 경쟁력 강화를 해답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혈압계 부문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3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일본 옴론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혈압계는 측정할 때마다 혈압이 다르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각종 변수를 제거해 더욱 정확하고 일관된 혈압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혈압계 부문을 분사해 전문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체수분 분석기는 지금도 세계 유수의 병원들에서 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 집단과 활용처를 확대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취임 첫해인데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인바디는 체성분 분석기뿐만 아니라 혈압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하지만 글로벌 1위 체성분 분석기업체라는 명성에 가려져 다른 부문이 부각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부풀려서 홍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돼 인바디의 인지도가 올라가길 원한다.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노력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다양한 장비가 인류 건강 관리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