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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제약, 삼진제약 지분 사들이는 내막은
  • 2년 동안 장내매수, 단순투자 목적
  • 지분 11.44%, 최 회장 일가 넘어서
  • 삼진제약 오너 2세 승계 정리 아직
  • 경영권 분쟁 전망 공통적으로 내놔
  • 등록 2022-07-26 오전 8:10:18
  • 수정 2022-07-26 오전 8:10:18
이 기사는 2022년7월26일 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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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하나제약(293480)삼진제약(005500) 지분을 장내매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하나제약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장사가 단순 투자만으로 대규모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주식 대량보유 공시. (자료=금감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하나제약은 삼진제약의 주식 11.44%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제약은 2020년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삼진제약 지분을 매입해왔다. 2021년 지분율이 5%를 넘어서면서 대량보유 보고제도에 따른 의무공시가 시작했다. 이날까지 총 10번의 대량보유 공시가 이뤄졌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주가도 안정적이면서 배당 매력까지 있어서 투자한 것”이라며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취득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진제약의 승계구도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만큼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삼진제약은 공동창업자 오너 1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여전히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부사장(경영관리)과 차남 조규형 전무(기획, 영업관리), 최승주 회장의 장녀 최지현 부사장(마케팅)과 차녀 최지선 전무(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조 회장과 최 회장의 자녀 모두 주요 요직에 재직 중이다. 지분율은 조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 12.85%, 최 회장과 특수관계자는 9.8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시나리오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과 백기사 역할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배당금 매력이 있어서 투자했다는 건 납득이 안된다. 최근 5년 삼진제약 시가배당률은 2.6% 정도밖에 안 된다. 시가배당률 10%가 넘는 배당주가 넘친다”며 “또한 삼진제약 영업이익은 매년 갈수록 안 좋아진다. 어떤 투자매력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두 회사 간 M&A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보수적인 국내 전통제약사들의 M&A는 쉽지 않다”며 “이전 사례들을 보면 삼진제약의 경영권 분쟁 이슈에서 하나제약이 막대한 차익실현을 하거나, 친분이 있는 오너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고 분석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다는 전제하에 하나제약은 삼진제약의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상장 주식수를 두고 경영권 승기를 잡기 위한 수요가 많다 보면 주식 가격은 상승한다. 한진칼은 2020년 1월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면서 3개월 만에 4만원대에서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재계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경우 친분이 있는 상장사 오너가 백기사를 해주는 경우는 흔하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서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인수하며 백기사로 등장했다.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던 금호석유화학은 OCI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자사주를 맞교환이 진행됐다. 두 회사가 서로 자사주를 교환하는 순간 자사주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가 된다.

전통 제약사는 다른 산업들보다 오너들의 관계가 끈끈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 완제의약품 중 전문의약품 비중은 80%를 넘어선다. 전문의약품 가격은 보건복지부가 정해준다. 처방전을 들고 전국 모든 약국에 가더라도 가격이 같다. 따라서 유통, 식품, IT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담합 우려가 없어 오너들의 사적 모임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제약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은 삼진제약 조의환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적대적 M&A 이슈가 불거진 사례가 있다. 2015년 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 29.36%를 보유하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과 녹십자의 고 허영섭 회장은 과거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과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오너 3세이며, 영동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당시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는 겹치는 분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 등이 주력 제품인 반면 일동제약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에서 모두 고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나제약과 삼진제약 역시 주력 사업이 다르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하나제약은 프로포폴 등 마약성 진통제와 마취제를 생산해 병의원에 공급한다. 삼진제약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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