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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정부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관련 신약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바이오젠이 최근 루게릭병 신약 후보물질 ‘토퍼센’의 허가 신청서를 의약 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토퍼센의 분석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평가 지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토퍼센이 정부 기조에 따라 최초의 루게리병 치료제로 이름을 올린다면, 제2의 ‘아두헬름’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코아스템(166480)도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루게릭병 대상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을 미국에서 출시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 미국 식품의약푹(FDA)가 자국 제약사인 바이오젠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치료제 ‘토퍼센’에 대한 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제공=바이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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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의약 시장에서는 프랑스 사노피의 리루텍(성분명 리루졸)이나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의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 등 루게릭병 증상완화제가 사용 승인됐을 뿐이다. 명확한 루게릭병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젠이 개발한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OD)1’ 유전자 변이로 인한 루게릭병 치료제 후보물질 토퍼센에 대한 ‘신약허가신청’(NDA)을 수락했다. FDA가 토퍼센 NDA를 우섬심사해 내년 1월 25일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학계에 따르면 루게릭병 환자의 95%는 명확한 발병원인을 알지 못한다. 나머지 약 5%만이 가족력에 의한 유전적 문제로 루게릭병이 발병한다. 이중 SOD1 변이 루게릭병환자는 약 2% 내외다. 결국 세계 약 35만 명의 루게릭병 환자 중 약 7000명 내외의 환자가 토퍼센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FDA의 토퍼센 평가 과정에서 대리지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오젠은 토퍼센 NDA에서 임상 3상 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인 ALS 기능평가 척도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2차 평가 변수인 ‘뇌척수액 내 SOD1 단백질 수치 증가’ 및 ‘미세신경섬유 경쇄’(NfL) 농도 감소 효과를 보여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지난해 6월 최초의 치매치료제로 승인된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두맙)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FDA는 당시 아두헬름을 통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 나타나지 않았지만, 치매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의 양을 감소시킨다는 이유로 품목 허가했다.
미국의사협회지 등 전문가 그룹은 아두헬름의 효능이 없다고 재차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FDA는 가이드라인까지 수정해가며 아두헬름을 승인했다. 이후 아두헬름의 뇌부종 등 부작용 문제로 현재까지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두헬름의 효능 및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며 바이오젠이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이 때문에 1차 평가 지표를 충족 못한 토퍼센이 승인된다면, 아두헬름이 겪은 효능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행성뇌질환 관련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기조에 따라 이번 토퍼센에 대한 허가 심사 건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예측하는 그룹이 많다”며 “아두헬름은 아밀로이드베타 억제 약물에서 흔한 뇌부종 부작용은 예상됐던 문제였다. 토퍼센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효능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루게릭병 치료 촉진법안’을 서명했고, 지난달 FDA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약물 연구 지원을 위한 5개년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FDA가 관련 태스크포스를 창설하며, 산하 희귀의약품개발 사무국을 통해 지원금 등 개발사를 지원하게 된다.
현재 FDA는 미국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루게릭병 치료제 ‘알브리오자’(성분명, 페닐부르티산나트륨·타우루르소디올)의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알브리오자는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경구용 약물로 지난달 캐나다 보건당국이 조건부 승인했다 하지만 FDA 측은 알브리오자의 효능에 대한 추가 검토자료를 요청하는 등 최종 결정시한을 9월 말로 연장했다.
| (제공=코아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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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코아스템이 루게릭병 대상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에 대해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뉴로나타-알의 국내 매출액은 약 12억원이다.
코아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700~800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28명의 루게릭병 환자에게 뉴로나타-알을 투여했다”며 “뉴로나타-알도 루게릭병의 완치제가 아니고 지연제다. 환자의 골수에서 세포를 얻으면 일반적으로 약 5회분의 뉴로나타-알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아스템은 지난 2020년 FDA로부터 뉴로나타-알의 긴급임상을 승인받아, 관련 임상 3상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국내에서 관련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루게릭병 신약개발 지원 대상은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아스템 관계자는 “FDA에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루게릭병이 인종에 따라 구별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며 “루게릭병 치료제 중 라디컷도 일본에서 임상한 데이터만으로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 환자 등록을 완료하고 13개월간 추적해 데이터를 만들면, 2024년 말에는 FDA에 뉴로나타-알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