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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가격별·제형별로 가장 다양한 제품을 갖고 있으니 20대부터 50대까지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컨디션’ 1위 비결 아닐까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HK이노엔(195940) 본사에서 만난 HB&B 마케팅전략팀의 김혜진 팀장과 조유진 과장은 “40~50대는 다음날 아침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숙취해소제를 마신다면 20대들은 술자리에서 과하게 취하지 않은 채로 오래 즐기기 위해 먹는다”며 세대별로 다른 음주문화만큼이나 숙취해소제에 대한 취향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 HK이노엔 HB&B 마케팅전략팀의 김혜진 팀장(왼쪽), 조유진 과장(오른쪽)(사진=HK이노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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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중시 Z세대, 숙취해소제 주소비층으로 등극40~50대 비즈니스맨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숙취해소제 시장에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20대 젊은층)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2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만해도 2512억원이었던 시장은 코로나19로 술자리 등 모임이 줄면서 이듬해 2243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1000억원 가까이 성장해 ‘마의 3000억원’ 고지를 처음 넘긴 것이다. 해당 데이터는 닐슨IQ코리아의 소매지수 서비스를 통해 소매유통시장의 숙취해소제 카테고리에 대해 2016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조사한 PCV 기준 데이터를 HK이노엔이 부분 참조했다.
급성장세인 이 시장에서 선두주자는 HK이노엔이다. 1992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이 처음 숙취해소제라는 개념을 시장에 제시한 이후, 30여년간 200여개의 숙취해소제가 명멸했을 정도로 들고남이 심한 시장에서 HK이노엔의 ‘컨디션’은 7번의 리뉴얼을 거치며 꾸준히 왕좌를 지키고 있다. 가장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HK이노엔이다. △음료형 ‘컨디션’, ‘컨디션 레이디’, ‘컨디션 CEO’ △환 제형 ‘컨디션환’ △젤리·스틱형 ‘컨디션 스틱’으로 제형만 세 종류에 제품 수는 5개에 달한다.
조 과장은 “아직도 30~40대 직장인의 소비가 두텁지만 20~25세가 숙취해소제를 많이 음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컨디션 스틱이 20대의 숙취해소제 소비를 이끌었다. 김 팀장은 “음료형 컨디션은 30대 중후반이 많이 찾는다면, 환이나 스틱형태의 컨디션은 20대와 30대 초반에서 많이 찾는다”며 “컨디션 스틱이 출시됨으로써 음료형 컨디션 매출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함께 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20대는 (간의 해독능력이 좋아) 굳이 숙취해소제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아니었다”며 “컨디션 스틱을 통해 ‘맛’으로 숙취해소제를 즐기다가 효과를 학습하게 되면서 충성고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밀크씨슬에 아르기닌까지...‘기능’ 강화 주력
| HK이노엔의 숙취해소제 ‘컨디션’ 라인업 (사진=HK이노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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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는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돼 의학적 근거로 숙취해소 효능의 증명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HK이노엔은 지난 2021년 서울과학기술대학과 분당차병원을 통해 자체 시행한 인체적용시험에서 음주 30분 전 컨디션헛개를 음용했을 때 숙취를 야기하는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알코올 섭취 초반(20분, 40분)에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을 증명했다.
숙취해소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맛이나 간 건강을 위해 컨디션을 챙기는 Z세대도 생겨났다. HK이노엔이 컨디션의 ‘기능’ 강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간 건강 개선과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밀크시슬을 넣은 데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아르기닌’ 성분을 추가한 컨디션 스틱을 리뉴얼 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아르기닌은 떫고 짜고 쓴맛이 나 기존 컨디션 스틱의 맛을 유지하면서 이 성분을 추가하는 데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서 밀크시슬 성분을 추가할 때도 비린 맛을 숨기기 어려워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는데 이번에도 아르기닌 특유의 역한 맛을 숨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HK이노엔은 신약개발사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제약사로 자리매김하려면 회사의 또 다른 한 축인 컨디션이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지난해 컨디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초로 600억원을 넘겼다. HK이노엔의 지난해 연 매출(846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컨디션의 경우 마진율이 높아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회사측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컨디션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단적으로 지난해 4분기 전체 분기 영업이익 84억원 중 컨디션을 담당하는 HB&B(건강기능식품·화장품·음료) 사업부가 77억원을 차지했다는 점만 봐도 ‘컨디션의 힘’을 짐작할 수 있다. HB&B의 매출은 컨디션과 헛개, 기타 뷰티제품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사업부에서 지난해 4분기 컨디션의 매출은 68%에 달했다. 물론 술자리 모임이 잦은 4분기는 가장 매출이 적은 1분기보다 1.5배가량 매출이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HK이노엔의 경우 판매단가가 높은 음료형 숙취해소제 분야에서 파워가 세다. 지난해 HK이노엔은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전체에서 41.6%로 비중으로 1위를 지켰다. 이중 음료부문에서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8%로 1위를 차지했다. 비음료부문에서는 28.5%로 2위지만 1포에 2900원꼴인 컨디션 스틱보다는 1병에 1만원인 컨디션CEO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다.
새로 리뉴얼한 컨디션 스틱과 새 모델을 통해 컨디션은 올해도 전체 숙취해소제 시장 성장률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김 팀장은 “‘혼술’문화가 확대되면 숙취해소제 시장이 죽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이벤트를 진행하며 혼술을 하더라도 숙취해소제와 함께 내 몸을 챙기며 술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컨디션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