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분자진단 기업
씨젠(096530)의 가족 회사 SG메디칼이 코스닥 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상장 시기는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계열사 간 의존도는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G메디칼은 이르면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도 선정했으나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SG메디칼은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 키트 등 진단시약 개발과 생산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제품 비중이 높은 씨젠과는 사업 영역이 다르다.
SG메디칼은 면역진단 기업이고 씨젠은 분자진단 기업이다. 면역진단은 항원-항체 특이반응을 활용하는 진단법이다. 분자진단은 핵산(DNA, RNA)의 상호보완적인 결합력을 활용하는 진단법이다. 더 미세한 분자단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는 분자진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활용적 측면에서는 면역진단이 앞선다.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와 같이 저렴한 가격에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SG메디칼과 씨젠의 진단법은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다만 SG메디칼이 상장을 해도 두 회사 간 협업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G메디칼 마케팅전략 상무는 “상장 후 시너지가 기대된다거나, 협업할 계획 등은 아직 없다”며 “지금도 두 회사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G메디칼은 신사업으로 항체 신약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혈액암 치료용 이중항체에 적용할 수 있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이 플랫폼 기술은 지난해 국가신약개발과제로 선정됐다.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인 ‘아크로시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다. 이르면 오는 10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아크로시스 진단키트는 고감도 분석기술을 응용한 광학 측정 방식을 적용해 신속한 코로나19 항원 검출이 가능하고 일반 신속키트보다 정확도가 높은 제품이다.
SG메디칼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주력 해외 진출지는 유럽과 미국이다. 올해 FDA 진출을 획득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SG메디칼 제품은 타사 대비 민감도가 높은 진단키트가 경쟁력”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후발주자긴 하지만 기존에 갖춘 해외 영업망이 탄탄해 일단 진출하면 가파른 매출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G메디칼의 상장 가능성이나 상장 목표 시기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는 것.
지난해에도 코로나19 관련 검사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전년(84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SG메디칼의 지난해 매출은 1714억원, 영업이익은 19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고, 또 겨울로 접어들면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일도 없을테니 상장 시점도 적절하고 흥행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매력도를 높이려면 계열사 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SG메디칼의 매출 대부분은 씨젠의료재단에서 나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씨젠의료재단으로부터 벌인 매출은 1345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78.5% 수준이다.
또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관계사와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며 “씨젠의료재단 등 관계사를 통해 꾸준한 매출 확보는 보장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출 의존도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