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세를 거듭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한국을 이끌어 갈 K-제약·바이오 대표주자들을 만나봤다. 이번 주인공은 국내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대표기업 ‘에비드넷’이다. [편집자 주]경기도 판교 에비드넷 사무실 내부에는 여러 숫자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칠판크기 대시보드가 있다. 사무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 위치한 이 대시보드는 환자 수와 약물처방 건수 등 에비드넷과 제휴 중인 병원과 기관의 데이터베이스 구축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실시간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간 대형병원을 설득해 제휴를 맺고 공통데이터모델(CDM)을 구축해 온 에비드넷의 노력을 보여주는 성적표이기도 하다.
| 에비드넷 데이터 네트워크 현황 (자료=에비드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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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드넷은 국내 유일의 의료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이자 아시아 최대규모의 의료데이터 중계 기업이다. 제휴병원만 52곳에 달한다. 제휴병원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만 환자 6000만명분, 기록 300억건 수준의 분량이다. 확보한 데이터의 환자 수가 한국 인구 수보다 많은 것은 사망한 환자들과 제휴 병원 중 여러 병원에 중복 내방한 환자의 기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에비드넷은 지난 2017년 11월 설립됐다. 에비드넷을 이끄는 조인산 대표이사는 한미약품에서 최연소 이사 및 상무를 지내며 회사의 미래먹거리를 탐색하는 일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는 투자 담당부서와 신사업 정보전략실을 거치면서 신약개발을 도울 빅데이터 기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국내외 유망 파이프라인을 들여오는 일을 맡으면서 2015년께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즈음 신약개발의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는데 이전에는 특정 질병을 놓고 ‘치료제를 만들어야겠다’라고 했다면 이때부터는 특정 조건의 환자에 집중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고자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때부터 이미 조직 내부에 인공지능(AI) 데이터분석팀을 만들어 다양한 병원들과 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실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신약개발의 타당성을 분석한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도 의료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제대로 의료데이터를 다룰 줄 모른다면 한국의 제약바이오 신약 생태계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7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의료데이터가 필수적인 정밀의료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37억4900만달러(약 29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산업은 오는 2026년까지 584억400만달러(약 72조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 성장 가능성을 예감해 에비드넷에 투자하기 위해 나선 곳도 여럿이다. 최근에는 신한캐피탈이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했다. 신한금융그룹과는 본격적인 사업 제휴도 시작됐다.
의료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며 매출을 내고 있지만 아직은 투자에 집중하는 단계다. 하지만 표준화된 데이터 확보량이 많아질수록 이를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헬스케어·의료 데이터는 신약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쓰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보험회사들이 유병자보험을 만들려면 국내시장 의료데이터가 필요하고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도 우리 플랫폼을 활용하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플랫폼을 토대로 창의적인 사업모델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조인산 에비드넷 대표이사 (사진=에비드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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