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모더나와 화이자는 mRNA 백신 구성물질 가운데 약물전달체와 유리딘 두 가지 물질에 대해 동일한 원천특허를 들여왔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모더나, 세계 1위 빅파마 화이자가 유일하게 특허 회피를 하지 못한 물질인 만큼 국내 mRNA 백신 개발사들도 특허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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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는 대형제약사들(
에스티팜(237690),
한미약품(128940), GC
녹십자(006280))이 뭉친 K-mRNA 컨소시엄과 바이오텍
아이진(185490)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mRNA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우선 mRNA 백신 ‘안’을 구성하는 유리딘을 해결해야 한다는게 지적이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설계도를 암호화한 인공 mRNA를 투여, 단백질이 생성돼 항체가 형성된다. 하지만 우리 몸은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해 잘라버리고, 이 과정에서 과도한 면역반응 부작용도 발생한다. 셀스크립트 특허는 인체가 mRNA 백신을 침입자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mRNA 백신 탄생의 기대를 받았던 큐어백이 임상에 실패한 이유도 셀스크립트 특허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다.
이 기술은 RNA의 4가지 염기서열 중 하나인 유리딘을 ‘메틸수도유리딘’으로 바꾸는 특허이며,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사용 중이다. 이 기술은 지난 20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후 이 대학은 특허 실시권을 mRNA 리보 테라퓨틱스(RiboTherapeutics)에 넘겼고, 이 회사는 계열사 셀스크립트에 특허 재실시권을 전달했다. 셀스크립트는 이를 다시 모더나와 화이자 공동개발사 바이오엔테크에 이전했다. 셀스크립트의 특허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2030년까지 걸려있다.
아이진은 셀스크립트 특허를 회피하는 유리딘 모디파이(modify)를 사용한다. 모디파이란 이미 만들어진 것에 수정을 가하는 연구다. 아이진 관계자는 “메틸수도유리딘은 국내에도 특허로 보호받고 있어서, 다른 방식의 최적화된 별도의 유리딘을 사용한다”며 “그 방법은 특허가 완료됐으며, 특허 침해가 없는 방식으로 이미 개발완료 했다”고 말했다.
K-mRNA 컨소시엄은 아직 어떤 유리딘을 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메틸수도유리딘과 유리딘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동시에 개발 중이다. 임상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단점이 있다. 유리딘을 그대로 쓰게 되면 단백질 발현이 초기에 많이 된다. 셀스크립트 특허를 안 쓰니까 비용도 저렴해진다. 대신 유리딘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높은 기술력을 적용해야 하며,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K-mRNA 컨소시엄이 선택지로 올려놓은 메틸수도유리딘은 셀스크립트의 특허다. 모더나 재무제표에 따르면 모더나와 셀스크립트는 비독점적 계약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 추가 라이선스 부여는 제한된 상태이며, 이는 큐어백이 셀스크립트 특허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에스티팜 측은 “셀스크립트 측과 특허 사용에 대한 접촉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다”고 했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특허사용료를 지불하는 mRNA ‘겉’ 물질인 ‘지질나노입자(LNP)’ 역시 그 어떤 기술로도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특허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다. K-mRNA 컨소시엄은 에스티팜이 코로나 백신 개발 한정으로 사용권을 확보한 상태다. 에스티팜은 지난 4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네반트의 LNP 기술을 이용해 mRNA 코로나 백신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진은 면역증강제로 개발된 양이온성리포좀을 mRNA 전달체로 개량해 사용한다. LNP 사용 mRNA 백신은 영하 20~70도의 콜드체인이 필요하지만, 양이온성리포솜은 2~8도 보관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mRNA 약물전달체로 상용화된 적 없는 리포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지만, 아이진 측은 항체 형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