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효소 전문기업 아미코젠이 독일 바이오회사 라이산도와 손잡고 79조원 규모 엔돌라이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엔돌라이신은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치료제 원료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미코젠(092040)과 라이산도는 내달까지 지분 맞교환(스와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미코젠이 라이산도 지분 8%를 280억원에, 라이산도가 아미코젠 지분 2.69%를 220억원에 각각 취득하는 거래다. 특히 아미코젠은 라이산도 이사회 1석을 지명할 권리도 가진다.
| 아미코젠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공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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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돌라이신’은글로벌 엔돌라이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결정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항균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균제 내성에 의한 연간 사망자 수가 현 70만명에서 2050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엔돌라이신이라는 전언이다. 윤영성 아미코젠 연구소장은 “기존 항생제는 박테리아 분열만 억제한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세가 재발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라며 “엔돌라이신은 박테리아를 직접 죽여 효과가 좋고 단백질이다보니 안전하다”고 말했다.
라이산도는 독보적인 엔돌라이신 기술력을 갖춘 회사라는 게 아미코젠의 설명이다. 라이산도가 보유한 엔돌라이신 관련 특허는 약 280개로 경쟁사보다 10여배 많다고 한다. 윤 소장은 “엔돌라이신은 크게 그람 양성균, 그람 음성균으로 나뉘는데 양성균은 이제 쉬운 기술이 됐고 음성균은 여전히 어렵다”며 “음성균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라이산도가 유일하다. 다른 회사들은 이제 음성균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엔돌라이신을 연구개발하는 회사는 국내 인트론바이오를 비롯해 전 세계 5~6곳으로 알려져있다.
아미코젠, 절반 이하 생산원가 구현이러한 이점에도 연구용이 아닌 엔돌라이신 치료제는 아직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상업화에 적합하지 않은 생산수율 때문이다.
라이산도가 아미코젠과 손잡은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아미코젠은 20여 년간 쌓아온 효소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라이산도가 봉착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윤 소장은 “박테리오파지(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감염시켜서 죽이는 원리”라며 “엔돌라이신 자체는 이콜라이(대장균)에서 생산된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물질을 자기 몸속에서 만들어야 하니 조금은 가능해도 많이 만들 수 없어 엔돌라이신 생산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를 우리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아미코젠 기술력이 접목된 엔돌라이신의 생산원가는 기존 절반인 1000달러 이하라는 전언이다. 엔돌라이신 단백질 거래 가격이 3000~500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수율이 크게 개선됐다. 현재 라이산도는 엔돌라이신 치료제 시장이 79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인간 치료, 동물치료 등 접목할 수 있는 전 분야를 합산했을 때 규모다.
아미코젠은 엔돌라이신 생산과 판매(판매는 아시아 중점)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연말부터 진주에 엔돌라이신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약 5000㎡ 규모의 EU GMP 및 cGMP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아미코젠은 ‘엔돌라이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세워뒀다. 특히 ‘독점적 거래’가 이번 양사의 협업 조건이 아닌 만큼 초반에 라이산도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점차 다른 회사들로 거래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윤 소장은 “엔돌라이신 시장은 생산성 싸움”이라며 “전 세계 엔돌라이신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일단 아미코젠는 라이산도와의 엔돌라이신 제품을 앞으로 3년 내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