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1세대 인공지능(AI)기반 미국 신약 개발사인 슈뢰딩거(Schrodinger)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자역학 기반 신약개발에 나선 인세리브로. 국내외에는 AI 신약개발 업체들이 다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세리브로는 분자모델링과 AI 기술에 있어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가진 업체로 꼽힌다.
| 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사진= 인세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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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는 27일 이데일리와 만나 “슈뢰딩거 기술 ‘QPLD’와의 차별점 중 하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후보물질들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기존의 양자 차원에서 고려하지 못한 요소까지 분석해 정확한 예측과 모델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슈뢰딩거는 1990년 설립돼 2020년 2월 나스닥에 상장한 1호 AI 신약개발사다.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화합물을 발굴하는 물리학 기반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주당 17달러로 상장했다. 상장 1년 만인 지난해 2월 주가가 110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시가총액 7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슈뢰딩거의 QPLD 기술은 조 대표가 이 곳에 재직할 때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시판되는 신약개발용 분자모델링 프로그램 중 양자역학 계산을 적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조 대표는 미국 UC버클리 대학교에서 수학·물리학 학사, 시카고대학교 수학 석사, 브라운대학교 물리학 박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콜롬비아 대학교 연구원을 지냈다. 슈뢰딩거와의 인연은 콜롬비아 연구원 시절 맺었다.
조 대표가 10년 가까이 연구한 끝에 만든 인세리브로의 플랫폼 ‘마인드’는 기존에 개발됐던 프로그램들과 달리 양자역학 계산법을 단백질과 화합물 결합 예측에 적용해 정확한 화학물 결합 형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 강점을 두고 있다.
조 대표는 “단백질과 화학물 간 결합 가능한 형태와 구조를 유추하는 ‘워터 파마코포어(Water Pharmacophore)’ 기술과 양자역학 계산을 적용해 약물친화도를 예측하도록 하는 기술인 ‘QM/MM 도킹(Docking)’이 마인드 플랫폼의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세리브로는 국내 제약 기업들과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과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인세리브로가 양자역학 기반 분자 모델링 기술과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SK케미칼이 초기 약효 평가부터 임상까지 후보물질 검증과 인허가, 생산 등 후속 업무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환인제약과 대원제약, 경동제약 등과 서로 협력하고 있다. 이들과 공동 파이프라인을 수립해 조만간 전임상에 진입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표적항암제와 특발성 폐섬유증, 폐암 등 자체 발굴한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표적항암제 ‘ICRB-001’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전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까지 기술수출 할 수 있을 정도의 파이프라인을 최소한 3~4개 정도는 가져가면서, 전임상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렇게 하면 시리즈B를 받는 마일스톤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회사는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해 직접 임상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스닥 상장은 그 단계 중 하나로, 작은 스타트업 조직에서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한 제넨텍이나 길리어드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코스닥 상장은 당연히 나스닥 상장보다는 쉽겠지만 목표는 더 크게 갖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빅파마가 된 제넨텍, 길리어드 같은 회사들처럼 글로벌한 무대에서 활약할 역량을 갖춘 업체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