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에스티팜(237690)이 26조원 규모의 글로벌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폭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에스티팜의 에이즈 치료제는 종전 약물의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차별화됐다. 여기에 에이즈 완치 가능성마저 내비쳐 업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가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취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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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에스티팜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연내 에이즈 치료제 STP0404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a상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 임상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은 감염되지 않고 처방받지 않은 3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앞서 에스티팜은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STP0404 임상 1상을 종료했고, 지난달 FDA로부터 STP0404에 대해 2a상 임상승인계획(IND)을 승인받았다. 글로벌 에이즈 치료제의 연간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26조원)로 추정된다.
내성없는 에이즈 치료제 개발HIV는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다. HIV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파괴하면 사람은 면역기능을 상실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에이츠 치료제는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인테그라제)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문제는 이들 치료제가 하나같이 인터그라제 촉매 활성부위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인테그라제는 DNA의 유전정보를 RNA로 옮기는 전사과정을 담당하는 효소”라면서 “현재까지 나온 치료제는 모두 인테그라제 효소를 억제하면 치료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인테그라제 촉매 활성부위를 타깃하면서 내성이 발생했다. 촉매 활성부위를 건드리면 처음엔 약발이 듣지만, 나중엔 내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에스티팜은 세계 최초로 비촉매 활성부위를 타깃하는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STP0404는 비촉매 활성부위를 타깃해 내성이 잘 안 생긴다”면서 “현재 환자들은 종전 치료제들의 내성으로 10여 개 약을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다. STP0404는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에이즈 치료제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즈 완치에서도 가능성 보여에스티팜은 한발 더 나아가 에이즈 완치를 목표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에이즈는 완치가 어려운 이유가 HIV에 감염된 세포들이 인간 DNA와 결합해, ‘HIV 저장소’로 불리는 곳에 잠복해 있다 조금씩 발현되기 때문이다. 즉, 혈액에선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도 HIV 저장소에 있는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는다.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사실 처음엔 내성없는 에이즈 치료제 개발 정도가 목표였다”면서 “그런데 미국 콜로라도대학 마모카 교수가 인테그라제 비촉매 활성부위 저해를 통해 코로나를 완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곧장 STP0404를 마모카 교수에게 보내 우리 약물이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는지를 자문을 구했다”면서 “마모카 교수는 STP0404를 가지고 세포실험을 했고, 실제 완치 효과가 나타났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에스티팜은 이 결과를 가지고 곧장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생명과학분야 연구프로젝트 지원사업 신청해 선정됐다. 해당 과제 선정으로 에스티팜 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미국 NIH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에모리대학과 콜로라도주립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비 지원금액은 총 5년간 139만달러(18억원)다.
감 대표는 “에이즈 치료제의 약물 내성은 굉장히 무섭다”면서 “결국 약을 돌려막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치료제가 에이즈 완치를 임상에서 증명하게 되면 블록버스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복용에서 6개월 한번 맞는 주사로에스티팜의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에스티팜은 지속형 주사제 제형 형태로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에이즈 치료제는 복용하다가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긴다. 결국 환자는 매일 에이즈 약을 복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옛날에는 주사가 너무 아프고 무서우니깐 먹는 걸로 개발하자는 얘기를 했다”면서 “하지만 매일 먹는 것도 귀찮다는 것이 요즘 나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엔 1년엔 서너 번 맞는 주사로 바뀌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근데 매일 먹는 약을 3개월 또는 6개월 한번 맞는 주사제로 바꾸는 것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 기술”이라면서 “올리고 기술은 또 에스티팜이 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전문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 에스티팜 에이즈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내성 극복 △완치 △지속형 주사제 등 3가지 형태가 됐다”고 덧붙였다.
에스티팜은 STP0404에 대해 다채로운 상업화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STP0404가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다”면서 “결국 3가지 형태로 모두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에스티팜 역량으론 3가지를 동시 추진하기는 어렵다. 만약 해외 제약사로부터 내성, 완치, 지속형 주사제 가운데 라이선스 딜 제안이 들어온다면 기술수출을 통해 상업화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