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유럽의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꺾였다. 유럽연합(EU)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공급을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PFE)와 모더나(MRNA)에게 재협상을 요구했고, 개발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연초 개발사가 제시한 매출 목표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후발주자인 노바백스(NVAX)를 포함해 임상과 승인 단계에 있는 국내외 백신 개발사들의 실적 전망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 백신 개발사에 재계약 요구15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연합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고 백신 접종 수요가 줄어들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 개발사에게 재계약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앞장선 것은 폴란드다. 폴란드는 3000만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존 계약에 따라 7000만개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폴란드 인구는 약 3800만명이다. 폴란드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과 함께 백신 주문량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19가 어떻게 확산될지 예상할 수 없을 때 계약에 합의했고, 상황이 개선된 지금 계약을 변경해야 한다는 게 이들 국가의 입장이다.
이들 국가가 유럽연합에 보낸 서한을 보면 “불필요한 양의 백신 공급과 함께 국가 예산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목격하고 있다”며 “EU에 공급된 용량이 결국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썼다.
개발사, 공급 연기에 합의…매출 전망치는 유지 중화이자와 파트너 바이오엔테크는 유럽연합과 공급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6월~8월 배송될 예정이었던 백신은 9월 이후 4분기에 배송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모더나도 유럽연합과 코로나19 백신 납품 연기에 합의했다.
화이자 대변인은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회원국들의 지속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납품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개발사들의 실적이다. 화이자는 올해 320억달러(약 41조원) 매출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130억~170억유로(약 17조~22조원) 규모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요구 이후에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모더나는 2분기 공급 예정이었던 공급을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연기했다. 모더나는 21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올해 예상 매출을 조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