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로슈의 ‘간테네루맙’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임상 단계에 있는 국내·외 개발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증이 아니라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되는 경증 환자를 타겟으로 했지만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임상단계에서 환자 선별단계를 좀 더 당겨야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이기 어렵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앞서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한 임상 3상에서 충분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사례가 됐다.
바이오젠-에자이의 후속작인 ‘레카네맙’과 로슈의 ‘간테네루맙’,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등 모두 초기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바이오테크 대표는 “중증으로 가면 이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엉겨붙어 손을 쓰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적응증을 보다 앞단계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로슈 (사진=로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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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에자이가 지난 9월에 발표한 ‘레카네맙’의 임상 3상 톱라인이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로슈와 일라이 릴리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로슈의 간테네루맙도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수준이 예상보다 낮았다.
또 환자들의 인지증상 저하 등 알츠하이머 증상 지연을 평가한 주요 효능평가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두 차례 임상시험에서 간테네루맙은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 점수가 기준치 대비 0.31점, 0.19점 감소시켰지만, 유의미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이나 로슈가 개발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항체의약품으로 타겟을 잘못 잡으면 효과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로슈의 입장에서는 환자 선별단계를 앞당겨서 다시 시도하거나, 아예 약물을 바꾸는 것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간테네루맙에 대한 연구는 중단한다. 대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중인 ‘베프라네맙’과 경증과 중등도 치료제 후보제인 ‘세모리네맙’을 각각 임상 2상을 진행 중인데, 이들 물질에 연구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두 물질은 타우(tau)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항체치료제다. 타우는 아밀로이드베타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플라그로 환자에 따라서 아밀로이드베타와 먼저 발견되거나, 뒤에 발견되기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뇌 세포에 손상을 줘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로슈 ‘간테네루맙’의 결과로 더욱 초기 단계, 그리고 임상 단계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후보 물질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인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테네루맙의 상업화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로슈의 자산은 늘어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간테네루맙의 임상 3상 실패는 안타깝지만 완전한 실패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