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압타바이오(293780)의 공시에 “기술수출이 매우 긍정적임”이라는 문구를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술수출 협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비밀유지계약(CDA) 단계에서는 계약 체결 가능성이 1.9%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사실상 회사의 주관적인 의견을 거래소가 공시에 이례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 한국거래소 공시 3팀이 승인한 지난달 29일 압타바이오 공시 내용 발췌. (자료=금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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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압타바이오는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15의 유럽 2상 임상시험 탑라인 데이터(Topline Data) 수령’을 공시했다. 공시에는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대해 매우 긍정적임”, “이와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대한 심층적 협의를 진행”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모든 계약 공시에는 회사명(글로벌 기업)을 비공개로 하기 위해서는 공시유보 사항이 명시돼야 한다. 하지만 해당 공시에는 공시유보에 대한 내용이 없다. 거래소가 허술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10년 공시 경력의 바이오회사 관계자는 “공시를 700개 넘게 하면서, 회사 주관적인 의견을 담아준 공시는 처음 본다”면서 “협의 중인 상대방을 비공개하기 위해서는 공시유보도 있어야 하는데, 공시유보조차 없다. 우리도 해당 공시팀으로 담당을 바꾸고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사항은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조차 없으며, 공시 대상이 아니다. 기술수출은 협의 단계에 따라 계약 체결 성공 가능성이 천차만별이다. 글로벌 평균 통계상 비밀유지계약(CDA) 단계에서 기술수출 성공 가능성은 1.9%에 불과하다. 물질이전계약(MTA) 단계에서도 최종 계약까지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압타바이오 측은 “CDA도 있고, MTA도 있다. 다양한 단계의 여러 협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공시 기준도 없이 자의적으로 기술수출 가능성을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CDA 단계와 MTA 단계 등 어떤 단계일 때 공시를 해주는 지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 상장법인과 계약 상대방 간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할 사안이지 거래소가 공시를 위해 기준을 마련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며 “압타바이오가 실제로 기술수출이 협의되고 있다는 증빙서류들을 실무진이 확인했고 긍정적이라는 공시를 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압타바이오의 1차지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라인에 없는 평가지표라는 점에서 현재 데이터로는 기술수출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뇨병 신증은 여러 연구를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진행과정이 5단계로 밝혀졌다. 1단계 초기, 2단계 잠복기 평균기간 3년, 3단계 미세 알부민뇨기 평균기간 6년, 4단계 단백뇨기 평균기간 12~24년, 5단계 말기 신부전이다.
| 중요정보의 비공개 사항은 공시유보를 공시 내용에 담아야 한다. (자료=금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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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가 요구하는 당뇨병 신증 치료제 충족조건은 eGFR(사구체여과율)을 개선시키거나, 4단계로 가는 중증화율 지연, 최종적으로 이에 따른 사망률을 감소시켜야 한다. 압타바이오의 1차지표는 12주 투약 후 전체 위약군 대비 전체 투약군의 UACR(소변 알부민 크리아티닌 비율) 변화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연구원은 “당뇨병 신증 원인은 당뇨병에서 진행된 경우와 고혈압에서부터 진행된 경우로 구분된다. 고혈압에서 출발한 환자는 고혈압치료제로 조절하고 있다”며 “당뇨병성 관점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이미 당뇨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에게서 승인을 받았다. 특히 2~3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FDA가 요구하는 eGFR 개선 효과가 50%를 보였다. 압타바이오가 SGLT2 억제제보다 데이터가 잘 나와야 기술수출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압타바이오는 1차지표로 eGFR이 아닌 UACR을 활용했다. 대조군 대비 개선효과가 2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증빙서류를 확인하고 기술수출이 긍정적이라는 공시를 받아줬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공시에 대한 책임은 공시 사이트가 아니라 상장 법인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타바이오가 FDA 가이드라인에 없는 지표를 활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만 시장이 아니다. 유럽에 기술수출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압타바이오 측은 “1차지표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를 실패한 건 맞다. 그래도 1차지표 세부 분석 그룹에서 중증 환자에 대한 통계 확보 데이터는 의미가 있으며, 회사 자체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FDA 지표와 관련해서는 “당뇨병 신증 임상에서 기준으로 삼는 바이오마커가 UACR과 eGFR 두 가지다. 12개월 이상의 장기 임상에서 주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eGFR이고, 1년 미만 단기 임상에서는 UACR이 적용된다. 압타바이오 임상기간은 12주로, 회사가 선택적으로 UACR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UACR이 FDA의 가이드라인 지표가 아니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