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번에는 미국 바이오젠의 경구용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성분명 디메틸 푸마르산염)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약 38억 달러(당시 한화 약 4조484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28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 미국 바이오젠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성분명 디메틸 푸마르산염).(제공=바이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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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피데라의 성분인 디메틸 푸마르산염은 독일의 화학자 발터 슈베켄디크가 발한 물질이다. 유럽 내 여러 제약사가 이 물질을 건선치료제로 개발했다.
스위스 푸마팜(Fumapharm)이 이 물질을 경구용 건선치료제로 개발하 1994년 유럽에서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스페인 알미랄(Almirall)도 이 성분을 활용해 중증도의 중증의 판상 건선 치료제 ‘스킬라렌스’를 개발해 2017년 유럽의약품(EMA)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한편 푸마팜은 2000년대 초반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디메틸 푸마르산염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공동임상을 수행했다. 2006년 바이오젠이 푸마팜을 인수하면서 해당 물질을 온전히 보유하게 됐다.
바이오젠은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3년 이를 승인 받아, 텍피데라라는 제품명으로 출시했다. EM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각 2014년과 2016년에 텍피데라를 같은 적응증으로 품목 허가했다.
하지만 텍피데라가 승인되기 전인 2010년 덴마크의 포어드 파마(Foward Pharma)가 디메틸 푸마르산염의 경구용 제형에 대한 특허를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 취득한 바 있었다. 바이오젠과 포어드 파마 사이의 특허 분쟁은 불가피한 상태였다.
2017년 1월 바이오젠은 자사 특허가 무효화 될 것에 대비해 포어드 파마의 모든 유효 성분 특허에 대한 사용료로 12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1조 5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는 바이오젠이 2021년부터 2028년까지 텍피데라 매출의 10%, 2029년 이후부터는 관련 매출의 20% 등을 포어드 파마에 지불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양사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하는 특허 소송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2달 뒤인 2017년 3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바이오젠의 성분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이전에 맺은 특허 사용료와 관련한 모든 지불 의무가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텍피데라 관련한 특허 소송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미국 마일란이 텍피데라의 퍼스트 제네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젠과 해당 약물 관련 특허 소송을 시작했던 것이다.
2020년 6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 법원이 바이오젠의 텍피데라 관련 특허에 대해 기재 요건 부족을 이유로 무효화하면서 제네릭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같은 해 8월 마일란과 미국 비아트리스가 개발한 텍피데라 제네릭(복제약)들을 FDA가 승인했다. 바이오젠이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 법원의 원심에 불목해 항소 했지만, 2021년 12월 항소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제네릭 등장 및 다발성 경화증 관련 신약 등장 등으로 인해 텍피데라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이 지난 3월 내놓은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시장에서 텍피데라의 매출은 2020년 보다 약 48% 감소한 19억5100만 달러(한화 약 25280억원)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