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이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형국이다.
| 인플렉트라(램시마)(사진=셀트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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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존슨 제약사업 부문 얀센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지난 3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4% 처방이 줄었다. 지난해 3월 57만2310 유닛이 처방됐지만 올 3월에는 48만4056 유닛 처방으로 급감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와 ‘렌플렉시스’다. 인플렉트라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8.4% 처방이 늘어났고 렌플렉시스도 23.5% 성장세를 보였다. 셀트리온은 화이자와 손잡고 인플렉트라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가논과 렌플렉시스를 판매 중이다.
특히 3월 기준 셀트리온 인플렉트라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7.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렌플렉시스도 8.3%로 영향력을 넓혔다. 레미케이드는 64.0%까지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면서 K-시밀러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미 K-시밀러의 시장점유율이 54%를 넘어서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비단 레미케이드 뿐만 아니다. 로슈의 블록버스터 항체치료제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이나 역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전년 동월 대비 26.9%, 36.2% 처방 감소를 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이 각각 37.3%, 38.4%에 그쳤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은 역시 K-시밀러였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는 같은 기간 21.1% 처방수를 늘리면서 시장점유율을 27.8%까지 높이며 리툭산을 바짝 추격했다. 화이자의 ‘루시엔스’(35.0%)와 함께 시장에서 빅3를 이루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에서도 셀트리온과 바이오에피스의 존재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셀트리온의 ‘허쥬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전년 동기 대비 처방수량이 무려 123.6%, 198.6%가 늘어나는 등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비록 시장점유율은 1.8%, 2.6%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를 높인다면 오리지널 제품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시밀러는 국내 시장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높은 가격을 낮추는 데 한 몫 했다. 국내 약가제도에서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상한가가 20~30% 가량 하락한다. K-시밀러의 등장으로 약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약가 절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로슈의 허셉틴은 셀트리온이 허쥬마의 건강보험 급여목록 등재 전인 지난 2017년 1분기에만 26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 16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리툭산 역시 지난 2016년 100억원 매출 시대를 열었으나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발매된 이후 80억원 매출선을 넘지 못했다.
오는 2023년 미국 시장에서 특허 만료가 되는 애브비의 ‘휴미라’ 역시 바이오시밀러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휴미라의 경쟁품목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가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유럽에서 특허 만료가 되면서 휴미라는 이미 바이오시밀러의 거센 저항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