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셀리버리(268600) 주주연대가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와 전직 임원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사용한다는 목적으로 조달한 자금의 70% 가량을 본업과 관련없는 자회사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11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셀리버리 주주연대는 지난 7일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와 권선홍 전 부사장을 상대로 사기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명시한 고발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접수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채권단 동의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이를 사전과 사후에 알리지도 않아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는 게 핵심이다.
셀리버리는 지난 2021년 10월 1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10억원, 2021년 10월 15일 전환사채 발행으로 390억원 등 모두 7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자금조달 목적을 보면 유상증자의 경우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등’으로 돼 있고, 전환사채 발행은 ‘비임상/임상 및 연구개발 비용, 투자비 및 기타운영자금 등 용도’로 돼 있다.
하지만 당초 자금 목적과는 다르게 셀리버리는 700억원을 자회사 리빙앤헬스의 주식 취득자금과 대여자금으로 활용했다. 2021년 11월 16일 물티슈사업을 영위하는 아진크린(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가 발행한 주식 전부를 149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12월 23일 리빙앤헬스의 주식 9만 4598주를 140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나아가 셀리버리는 지난 한 해 168억원, 올해 35억원 등 모두 203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리빙앤헬스에 지급했다. 이후 회사는 대여금 203억원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조달 자금의 70%에 달하는 492억원을 계약서에 적시한 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게 주주연대 측 입장이다.
| 셀리버리가 2021년 9월 27일 체결한 전환우선주 인수계약서.(자료= 업계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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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입수한 셀리버리의 전환우선주 인수계약서를 보면 투자금을 제3자에게 대여해주거나 또는 제3자의 주식을 매입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돼 있다. 만일 대여하거나 주식을 매입하고자 하는 경우엔 채권단으로부터 사전에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셀리버리는 채권단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셀리버리 측은 “셀리버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구체적 사용 목적은 ‘비임상, 임상, 투자비 및 기타운영자금 등 용도’다”라며 “자회사에 대한 투자의 경우 조달자금의 구체적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고 판단했으므로 채권단 동의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제 셀리버리가 2021년 9월 30일 공시한 전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 상 언급된 조달 자금의 목적에는 ‘투자비’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환사채권 인수약정서에는 사채의 자금 사용 용도가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으로만 기재돼 있으며, 셀리버리가 공시한 전환사채 발행결정 세부 항목에도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타법인 증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자금조달의 목적 항목에 구체적인 금액 등을 명시했어야 한다는 게 주주연대 측 주장이다.
| 2021년 9월 30일 셀리버리가 공시한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 공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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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버리 주주연대 측은 “조달 자금을 제3자에게 자금의 대여, 제3자 주식을 매입할 목적으로 사용할 의사 내지 운용할 계획이 있음에도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인수인들에게 ‘연구개발자금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거짓말 해 이에 속은 인수인단으로부터 700억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조달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의도가 있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을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으로 허위 공시하고,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타법인 대여자금’으로 활용했음에도 2021년과 2022년 사업보고서 상에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161조에 따르면 자본의 증가가 있는 때와 전환사채권 발행에 관한 결정이 있는 때에는 금융위원회에 주요사항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대표이사와 신고업무담당이사는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를 하면 안 된다.
이데일리는 셀리버리 측에 당초 채권단과의 계약서 상에 언급된 자금 사용 목적과 다르게 조달 자금을 쓴 이유와, 다르게 사용됐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배경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회사 측은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셀리버리의 이 같은 공시 위반 사항에 대해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 상황과 공시 위반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들여다보고 기망 의도 등을 보고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주주연대 측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민·형사 소송들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주주연대 측은 회사가 권선홍 전 부사장 등 셀리버리 등기임원을 상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셀리버리에게 청구한 상태다. 권 전 부사장과 조유성 전 재무이사가 이사회 승인 없이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 이사와 감사로 각각 취임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주주연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의 보수 한도가 부결되었음에도 이사진에 보수를 지급하고, 특정 이사에게 퇴직금까지 지급한 점과 관련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의 소 제기를 할 것을 셀리버리에게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