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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전자나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ADC) 등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이 신약개발에 속속 접목되면서 바이오 산업의 중흥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이들 바이오텍이 글로벌 업계의 성장세를 리딩하는 형국이다. 2023년 바이오 생태계를 이끄는 최첨단 유망 바이오 섹터로 어느 분야가 떠오르게 될 것인가.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팜이데일리’는 10대 유망 바이오 섹터를 선정, 세계 시장 동향과 국내외 주요 기업의 개발 현황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에는 신약 플랫폼 분야다[편집자 주]플랫폼기술은 기존 의약품이나 신규 타깃을 적용해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개별 파이프라인보다는 플랫폼기술을 확보하려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차별화된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기술은 임상 진행, 상업화 등을 통해 신약가치를 입증하면 적용 가능한 질환이 늘어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기 쉽고, 추가 기술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강점이 있다. 검증된 플랫폼기술을 보유한 모더나, 앨나일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플랫폼기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국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Company)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바이오텍에 투자한 520억달러 중 346억달러는 플랫폼기술 보유 업체에 쓰였다.
플랫폼기술 중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플랫폼기술 업체에 투자된 금액 중 44%가 해당 분야에 투입됐다. 약물 투여가 불가능한 타깃에 대한 플랫폼기술이나 새로운 약물 전달 방식에 대한 플랫폼기술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
BBB 투과 플랫폼기술 각광…에이비엘바이오 ‘주목’약물 투여가 불가능한 타깃에 대한 플랫폼기술로는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손꼽힌다. 뇌는 인체에서 BBB로 보호 받고 있어 포도당, 아미노산 등 저분자 화합물이나 인슐린 등 호르몬은 통과 가능하지만 분자가 큰 항체는 통과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뇌질환 치료제는 BBB 투과율을 높여 기존에 뇌 내로 전달되지 않던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의 ‘그랩바디-B’이 BBB 투과율을 높이는 플랫폼기술에 해당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해당 플랫폼기술을 적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ABL301’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10억6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upfront)도 7500만달러(약 900억원)에 달해 사노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기술 ‘그랩바디-B’가 적용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ABL301’ (사진=에이비엘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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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인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CNS 질환 치료제로 항체 약물을 개발하고 있어 BBB 통과 기술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치매 환자 증가 등으로 뇌질환 치료제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BBB를 뚫는 기술에 대한 글로벌 딜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롤론티스’ 美 FDA 시판허가로 ‘랩스커버리’ 가치 ↑새로운 약물 전달 방식의 플랫폼기술로는
한미약품(128940)의 ‘랩스커버리’도 있다. 랩스커버리는 체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기술이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신약들의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지난해 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획득하면서 설욕했다.
| 랩스커버리 기술 관련 이미지 (사진=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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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당뇨 신약 ‘랩스 인슐린 아날로그’와 ‘에페글레나타이드(랩스 Exd4 아날로그)’는 2015년 11월 사노피에 기술이전됐다가 권리 반환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듀얼 아고니스트)’도 2015년 11월 9억1500만달러(약 1조53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으나 2019년 7월 계약이 해지됐다.
이외에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한미약품의 신약후보물질로는 단장증후군 치료제 ‘랩스 GLP-2 아날로그(HM15912)’, 선천성고인슐린증 치료제 ‘랩스 글루카곤 아날로그’,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랩스hGH’ 등이 있다. 시장에서는 롤론티스의 시판 허가로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다른 신약들의 가치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 외에도 ‘오라스커버리’, ‘펜탐바디’ 등 다양한 플랫폼기술을 갖고 있다. 오라스커버리는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기술이며, 펜탐바디는 하나의 항체에 2개의 표적을 동시에 결합시키는 이중항체 기술이다.
ADC 분야 플랫폼기술 글로벌 수요 ↑레고켐바이오(141080)는 글로벌 수요가 높은 항체-약물결합체(ADC) 분야의 플랫폼기술을 보유함으로써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업체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시켜 약물이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한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후보물질(5건)과 ADC 원천기술(4건) 등 ADC 플랫폼기술 기반으로만 총 9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 2조4000억원(2020년 4월~2021년 12월 등 3건), 소티오 바이오텍 1조2126억원(2021년 11월), 암젠 1조6050억원(2022년 12월) 등 해외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조 단위 기술수출에 여러 차례 성공했다.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DC 시장은 8조원 규모로 전망되며, 2026년까지 16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라이릴리, 얀센, GSK 등 빅파마들도 ADC 플랫폼 확보에 열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레고켐바이오 외에 피노바이오,
알테오젠(196170), 앱티스 등이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도 ADC 플랫폼 발굴에 힘쓰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1년 익수다 인수에 이어 지난해 10월 피노바이오와 ADC 플랫폼기술에 대한 권리(옵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단순히 플랫폼기술만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세계적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유망한 기술에 대한 플랫폼기술을 갖춰야 경쟁력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맞게 예측해서 플랫폼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개발해서 괜찮지 않을 기술은 없겠지만 시장성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