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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유전자 가위 업계에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4세대 가위에는 투자금이 몰리고, 3세대 가위에는 시장의 관심이 멀어지는 모양새다. 아직 두 기술을 활용해 시판되는 치료제는 없다. 결국 시장 자금의 향방을 가른 것은 기술의 차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프라임’ 유전자 편집기는 크리스퍼(3세대 유전자 가위)를 능가할 것이다.”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지난 2019년 10월 21자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이날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데이비드 리우 미국 브로도연구소 교수팀이 4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프라임 에디팅’을 발표했다.
당시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는 단지 과학의 영역이었다.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199800)이 코스닥에 상장되기 전이어서다. 4세대 유전자 가위도 막 기술이 발표된 직후였으니 개인 투자자가 투자할 방도는 없었다.
| 사이언스 갈무리 (자료=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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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르다. 지난 10월에 나스닥에 상장한 4세대 유전자 가위 보유 업체 ‘프라임 메디슨(PRME)’이 있다. 2조6000억원의 밸류를 인정 받은것도 화제였는데, 긴축 기조에도 투자금이 꾸준히 몰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10월 20일~12월 6일) 18.67% 상승했다. 3세대 기술을 보유한 툴젠의 경우 같은 기간 오히려 18.19%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상승폭과 하락폭이 거의 일치한다. 일단 초기 시장의 선택은 4세대 가위인 셈이다.
| 프라임 메디슨 상장 후 주가 추이 (자료=구글 파이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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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는 치료 등의 목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기 위해 특정 DNA를 자르는 기술이다. △1세대 징크 핑거 뉴클라아제(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CRISPR) △4세대 프라임 에디팅 기술로 발전해오고 있다.
유전자 교정은 4세대 기술이 월등히 앞서 학계와 업계에서 꼽는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의 한계는 유전자 교정이 어려워서다. 크리스퍼는 DNA 시퀀스를 인식해 정확히 자를 수 있는데 특화돼 있다. 그런데 그 이후 원하는 유전자로 바꿔야 할 경우에는 경쟁력이 없다. 유전자로 바꿔서 봉합하는 것 까지 ‘교정’이라고 하는데 유전자 교정 성공률이 10% 이내여서 사실상 유전자 교정 치료에는 크리스퍼가 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4세대 기술로 불리는 프라임 에디팅의 경우 이러한 3세대의 단점을 보완한다. 네이처지에 실린 데이비드 리우 미국 브로도연구소 교수팀은 아티클을 통해 유전자 교정 치료 성공률이 최대 89%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썼다.
| 4세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교정으로 최대 89%의 치료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실린 아티클(자료=네이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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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술의 특성 때문이다. 크리스퍼는 DNA 이중가닥을 인식해 통째로 자른다. 그 이후 교정하려는 염기서열을 따로 넣어줘야 한다. 그 이후 별도로 봉합하는 과정에서 성공률이 낮아진다.
프라임 에디팅 기술은 절단 효소인 카스9을 변형한다. DNA 이중나선을 모두 자르지 않고 한 가닥만 잘리게 한다. 동시에 대체하고 싶은 염기서열이 들어있는 리보핵산(RNA)을 이용해 잘린 부분에 채워넣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도 약점 있어…차세대 기술 나올수도다만 4세대인 프라임 에디팅 기술도 전달 측면에서는 취약하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센터 책임연구원(진코어 대표)은 “아직은 딜리버리(전달)의 문제가 있다”며 “카스9도 크기가 큰데, (4세대는) 다른 것들을 퓨전하는 방식이어서 크기가 더 커진다. 딜리버리 수단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세대 기술이 3세대와 특허 측면에서는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국내 바이오테크 툴젠은 3세대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후 특허권이 완전히 정리되면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세대 기술을 보유한 나스닥 프라임 메디슨도 3세대 특허를 완벽하게 피할 수 없어 일부 기술도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세대 기술 연구진이 툴젠과 원천 기술 특허를 놓고 법적으로 다투고 있는 미국 브로도연구소로부터 기술을 도입을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4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 (자료=네이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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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질환을 고치는 방식은 변이가 발생한 곳을 잘라서 정상적인 서열로 교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해당 부분을 없애면 치료가 될 때도 있다. 3세대 크리스퍼 기술은 교정용도로 쓰기엔 쉽지 않아, 잘라서 없애는 기술만 활용하는 것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테크 인텔리아가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인텔리아는 올해 초 트랜스티레틴(ATTR) 아밀로이드증 대상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 15명에게서 안정성과 효능을 모두 확인했다. ATTR 아밀로이드증은 유전자 변이로 비정상 트레스티레틴 단백질(TTR)이 조직에 쌓여 발생하는 병이다. 임상 1상 결과 혈중 TTR 농도는 최대 93%까지 떨어졌고, 최대 1년까지 줄어든 수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3세대는 잘라서 치료하는 쪽으로 개발할 것이다. 이게 얼마나 확대될지가 문제”라며 “반면 4세대는 딜리버리 이슈를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한쪽이 단점을 빨리 극복하게 되면 다른 한쪽이 위축되는 경향은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이들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