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압타바이오(293780)가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임상 2상에서 1차지표 통계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공시에는 “기술수출 협의”라는 문구와 유리한 데이터가 혼용돼 개인투자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투자자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한다.
| 한국거래소가 검토하고 통과시킨 압타바이오 APX-115 임상 2상 공시. (자료=금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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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압타바이오는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15 유럽 2상 임상시험 탑라인 데이터(Topline Data)를 공시했다. 하지만 해당 공시는 ‘코스닥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1차지표와 통계값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2020년 2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만든 코스닥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는 1차지표(주지표)와 그에 대한 통계값을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계값은 P값이며, 통계적 유의성 충족 여부를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1차지표 P값이 0.05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임상은 실패(Fail)라고 하고, 0.05 이하는 성공(Pass)적인 임상이라고 표현한다. 1차지표(Primary endpoint) 확보는 성공적인 임상 시험을 입증하는 선결조건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trials)’에서 APX-115를 검색해보면 1차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APX-115 1차지표는 한 개밖에 없다. 12주 투약 후 전체 위약군 대비 전체 투약군의 UACR(소변 알부민 크리아티닌 비율) 변화다. 이외에 다른 1차지표 또는 2차지표(부지표)는 임상디자인에 없다.
클리니컬 트라이얼은 미국 정부에서 운영한다. 임상 시험 정보를 등록하려면 1차지표, 2차지표를 기재하는 항목이 있다. 만약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없는 1차지표와 2차지표가 임상디자인에 있을 경우 업계에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바이오회사 대표는 “전 세계 바이오회사들이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임상 정보를 등록하는 이유는 글로벌 유명 학술지에서 해당 사이트 등록이 안 된 임상 논문은 안 받아주기 때문이다”며 “압타바이오가 클리니컬 트라이얼에도 없는 1차지표와 2차지표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면 업계에서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타바이오 공시에 따르면 12주 투약 이후 위약군과 APX-115 투약군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1차지표 통계확보 실패이자 P값은 0.05를 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임상 결과 공시는 1차지표에 대한 하위그룹 분석이며, 애초 임상디자인에 있는 평가지표가 아니다.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담아야 될 공시에 거래소는 1차지표와 2차지표가 아닌, 압타바이오에 유리한 세부 분석 데이터를 모두 게시해 준 것이다.
특히 1차지표 확보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공시에 “First in class NOX inhibitor(산화스트레스 조절)인 APX-115에 대한 인간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 확인은 NOX 플랫폼 기술에서의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수출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며 “이와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수출에 대한 심층적 협의를 진행”이라는 문구까지 넣어줬다.
| 안트로젠 1차지표 확보 실패 공시. (자료=금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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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이번에 얼마나 부실한 공시를 통과시켜줬는지는 다른 코스닥 바이오텍들과 비교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안트로젠은 지난 1월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ALLO-ASC-DFU 국내 임상 3상 분석 결과를 공시했다. 공시에는 “1차 유효성 평가 결과, 본 임상시험의 주 분석군인 mITT 분석군에서 임상시험용의약품 투여 후 12주 동안 완전 상처 봉합된 대상자의 비율이 시험군과 대조군 간 유효성의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p-value ≥ 0.025, 단측)”고 밝혔다. 안트로젠의 1차 지표 통계 확보 실패에 대한 공시가 가이드라인 정책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거래소가 바이오 전문기관도 아니고 CRO에서 리포팅한 내용이 맞는다고 하면 1차지표와 2차지표가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이 그 정보를 숙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게 맞다”며 “1차지표 통계값 미기재는 11월 학회 엠바고 정보라고 해서 비공개로 공시를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수출 여부가 정말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공시에 넣어줬는지 모른다. 압타바이오와 실무진에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판단한 것이다.
압타바이오는 1차지표 통계 확보에 실패했지만 ‘압타바이오 APX-115 임상 2상 성공, 기술수출 청신호...세계최초 산화스트레스 조절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효능 입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시에서조차 객관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지난달 29일과 8월 1일 2거래일 만에 50%가량 주가가 급등했다.
이데일리는 압타바이오에 1차지표와 2차지표를 명확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질의와 전혀 무관한 답변만 반복했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2상의 주목적인 Human POC 입증으로 안전성과 유의성이 확인됐다. 공시 본문의 유의성 항목은 CRO 결과보고서(CSR리포트)의 의견 문단을 그대로 직역해 거래소 확인을 거쳐 기재한 것”이라며 “CRO 의견은 주지표(UACR)의 상세 설명으로 보조지표였다면, 다른 바이오마커에 대한 설명이 기재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