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CJ그룹이 매각 및 인수한 제약·바이오 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그룹의 품을 떠난
HK이노엔(195940)(옛 CJ헬스케어)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호조세지만 CJ그룹 품에 인수된
CJ 바이오사이언스(311690)(옛 천랩)는 출범 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며 실적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HK이노엔은 주요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국산 신약 케이캡과 컨디션과 헛개수 등 숙취해소제 판매 증가를 통해 올해 역대 최대 매출 경신을 노린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가 실적 저하의 원인인 만큼 향후 기술 수출 등을 통해 반전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왼쪽),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오른쪽). (사진=HK이노엔,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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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케이캡 해외 판매 확대…매출 신기록 경신 노려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증가한 846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HK이노엔의 전신은 CJ헬스케어로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됐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4% 상승한 525억원을 나타냈다. HK이노엔은 올해 1분기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HK이노엔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849억원으로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56억원으로 집계됐다.
HK이노엔의 주력 제품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과 컨디션과 헛개수 등 헬스·뷰티·음료(HB&B) 부문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HK이노엔은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첨병은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국산 신약 제 30호로 2010년부터 시판 허가까지 총 개발기간 9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케이캡은 정부 국책 지원 56억원을 포함해 많은 연구비용이 투자됐다. 케이캡은 위산 관련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약물 중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HK이노엔은 하반기 케이캡의 해외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 3월부터 중국에서 보험이 적용됐으며 지난달 중남미 2위 규모 시장인 멕시코에도 출시됐다. 케이캡은 연내 유럽 파트너십 계약 체결도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905억원을 기록한 케이캡은 올해 매출 1078억원(SK증권 전망치)으로 전년대비 19.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HK이노엔은 지난 3월 컨디션 스틱이 출시된 만큼 컨디션의 판매 증가도 예상하고 있다. 컨디션은 지난해 매출 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7% 증가했다. HK이노엔은 미래성장 동력으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자가면역질환·암 등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중 임상 진행 속도가 가장 파이프라인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을 적응증으로 하는 ‘IN-A010’과 다발성골수종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살상(NK) 세포기반 파이프라인이다. HK이노엔은 ‘IN-A010’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40조원으로 추정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은 올해 하반기 해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컨디션 스틱도 출시된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파이프라인 임상 승인 주력…2025년 기술 수출 목표올해 1월 공식 출범 1주년을 맞이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실적이 부진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41억원으로 전년대비 6.6% 감소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CJ그룹에 인수되기 이전인 2020년 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2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32억원으로 전년 101억원과 비교해 손실 폭이 커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이 75억원으로 손실 폭이 전년 동기 56억원보다 확대됐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관련 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 비용(경상연구개발비)은 2020년과 2021년 5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89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097950)이 2021년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기존 레드바이오팀을 합쳐 지난해 1월에 출범했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지분 43.99%를 약 982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의 90% 가량이 미생물 생명정보 플랫폼 및 솔루션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생물 분류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해당 결과 및 솔루션을 기업이나 대학, 국가기관 등에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37억원으로 공식 출범 전인 2020년 45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연내 기존 천랩이 보유 중이었던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승인받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임상이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치료제 ‘CJRB-101’로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RB-101’의 국내 임상도 진행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영국 및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가 보유 중인 고형암·소화기·뇌·면역질환 등 유망 신약후보 물질 9건과 플랫폼 기술도 인수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을 위해 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개, 기술수출 2건을 성사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술 수출이 성사되면 실적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신약 개발에 따른 연구개발 비용 증가가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며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매각한 금액으로 미국 식품기업 슈완스를 인수해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등 성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인 CJ제일제당은 미생물 발효와 균주·배양 등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추후 CJ바이오사이언스이 상업화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과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