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는 올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의약 당국이 회사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를 승인하면서다. 일찍이 경구제 시장을 평정한 길리어드가 AIDS 주사제 시장에서도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대상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연 2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제공=길리어드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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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만 3종...길리어드, AIDS 경구제 시장 평정AID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의한 감염질환으로, 이를 억제하기 위해 경구 및 주사 등 여러 제형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개발됐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이 지난 7월에 발표한 ‘HIV 치료제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당 시장은 292억 달러(당시 한화 약 33조4000억원)이다. 현재 해당 시장의 95% 이상이 경구제로 이뤄져 있으며, 향후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보고서는 전체 AIDS 시장이 연평균 3.7%씩 성장해 2027년경 38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가 1일 1회 복용하는 AIDS 경구제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미국 승인 기준 2004년 ‘트루바다’(성분명 엠트리시타빈, 테노포비르)를 시작으로 2012년과 2017년에 각각 ‘젠보야’와 ‘빅타비’ 등의 경구용 AIDS 치료제를 두루 확보했다. 젠보야는 트루바다의 성분에 엘비테그라비르와 코비시스타트를 더 넣은 4제 복합제다. 빅타비 역시 트루바다에 빅테그라비르를 추가한 3제 복합제로 알려졌다.
길리어드에 따르면 지난해 트루바다의 매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9억63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조11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젠보야는 28억7900만 달러(한화 약 3조2935억원), 빅타비는 86억2400만 달러(9조8658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특히 빅타비는 2021년 매출이 전년 (79억5900만 달러) 대비 19% 가량 상승하며, AIDS 치료제 중 가장 널리 팔린 약물이다. 이 약물은 국내에서 2019년에 허가된 뒤, 지난해 약 600억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3종의 블록버스터 약물을 통해 지난해 세계적으로 124만6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길리어드는 전체 AIDS 치료제 시장에서 약 4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해당 시장 내 최강자에 올라 선 것이다.
| 비브헬스케어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장기지속형 주사제 ‘보카브리아’ 를 먼저 선보였다. 최근 길리어드 역시 동종 계열의 ‘선렌카’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제공=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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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치료용 선렌카, “시장 확대 수준...장악은 어려워”하지만 AIDS 주사제 시장을 선점한 것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화이자, 일본 시오노기 제약 등이 합작해 세운 ‘비브 헬스케어’(비브)였다.
지난 2020년 유럽의약품청(EMA)은 비브가 개발한 AIDS 환자 대상 월 1회 주사제 ‘보카브리아’(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와 미국 얀센의 레캄비스(성분명 릴피비린)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이듬해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EMA와 같은 적응증으로 보카브리아를 승인했다.
지난달 비브는 보카브리아 투약 간격을 2달로 늘리기 위한 단독 임상 3상 결과도 발표했다. 경구제인 트루바다를 1일 1회씩 2달간 먹은 것과 비교할 때 해당 기간 보카브리아를 1번 주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내용이었다. 보카브리아로 경구제 시장까지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됐다.
이에 맞서기 위해 길리어드가 선보인 것이 선렌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개월의 1번씩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선렌카와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병용요법을 다제 내성이 생긴 AIDS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품목 허가했다. 지난 8월 유럽에 이어 미국도 선렌카를 허용한 것이다. 선렌카의 투약 간격이 현재 승인된 보카브리아 적응증 기준 6배 길다.
하지만 적응증 면에서 보카브리아의 시장성이 선렌카 대비 더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AIDS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보카브리아는 트루바다처럼 경구제와 단독요법 비교하며 적응증을 더 늘리려 시도하고 있다. 경구제와 직접 경쟁을 펼치려 하는 것”이라며 “반면 선렌카는 이미 여러 경구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타깃하는 시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약물로 인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며 “길리어드로서는 자사 경구제 매출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적응증을 가진 선렌카를 개발한 것이지, 시장 전체를 뒤엎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 것은 아닌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경구용 AIDS 치료제를 대체할 시장 확장성 면에서 보카브리아가 시장 장악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한편 빅타비나 보카브리아 같은 약물이 국내외 AIDS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내성을 획득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여전히 많은 HIV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많은 노력에도 HIV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HIV를 중화하는 항체 전구체 유도 백신 ‘eOD-GT8 60me’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에스티팜(237690)은 지난 8월 자사의 경구용 AIDS 치료제 후보 ’STP4004’에 대한 임상 2a상을 식약처에 신청했으며, 해당 물질을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한 전임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