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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950억원 규모의 국내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을 두고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사형 호르몬제가 장악한 해당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JW중외제약(001060)이 경구용 약물인 ‘에나로이’(성분명 에나로두스타트)로 승부수를 띄우고 나섰다.
에나로이는 새로운 기전과 편의성으로 차세대 신성빈혈 치료제로 분류된다. 하지만 동종 계열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에브렌조가 에나로이 대비 더 폭넓은 적응증을 국내에서 확보하며, 비교우위를 선점했다. 에나로이가 EPO주사제 및 동종 약물 등과의 본격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제공=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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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EPO 주사제가 장악한 신성빈혈 시장신성빈혈은 신장 장애 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빈혈증을 말한다. 이 질환은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당단백질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 결핍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빈혈 환자의 표준요법제로는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개발된 EPO 성분의 주사형 ‘적혈구생성촉진제’(ESA)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암젠과 일본 쿄와기린이 공동 개발한 신성빈혈 치료제 ‘아라네스프’(성분명 다베포이에틴알파)와 그 바이오시밀러 형제들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하고 있다. 2세대 EPO로 불리는 아라네스프는 2001년 미국과 유럽 연합(EU) 등에서 정맥 및 피하주사의 형태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약물이다.
지난해 아라네스프의 세계 매출은 14억8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조6390억원)로 전년 보다 약 6% 가량 감소했다. 아라네스프의 물질특허는 한국(2015년)과 일본(2019) 등 아시아에서 이미 만료됐다. 미국에서도 2024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 중
종근당(185750)과
동아에스티(170900) 등이 2018년 각각 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네스벨’과 ‘DA-3880’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신성빈혈 치료제 시장은 아라네스프(약 300억원)와 스위스 로슈의 ‘미쎄라’(성분명 에리스로포이에틴베타, 약 200억원) 등이 전체 시장(942억원)에서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종근당의 네스벨도 지난해 국내에서 48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보다 약 2.5배 이상 성장했다. 일본 시장 공략에 뛰어든 동아에스티의 DA-3880은 지난해 1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제공=JW중외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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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중외 ‘에나로이’, AZ ‘에브렌조’등과 경쟁 전망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JW중외제약의 경구용 신성빈혈 치료제 에나로이를 품목 허가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6년 일본 재팬타바코의 ‘JTZ-951’의 국내 개발 및 판권을 기술이전 받아 28개 병원에서 3상 가교 임상을 진행했다. 회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 내년 중 에나로이를 국내 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JW중외제약에 따르면 에나로이는 ‘저산소 유도인자 프롤릴 수산화효소 저해제’(HIF-PHI)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ESA 주사제들과 생체 기전이 전혀 다른 셈이다. 사실상 시장에서 에나로이는 차세대 신성빈혈 치료제로 통한다. 지난해 7월 승인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에브렌조’(성분명 록사두스타트)도 대표적인 HIF-PHI다. 이밖에도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다프로두스타트’, 일본 오츠카의 ‘바다두스타트’ 등 HIF-PHI 계열의 약물이 속속 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성빈혈이 급격히 환자가 늘어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HIF-PHI 계열의 치료제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 HIF-PHI 경구제가 기존 ESA 주사제 시장을 파고들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적응증 확보 측면에서 같은 신성빈혈 경구제 중 에브렌조가 에나로이 대비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에브렌조는 식약처로부터 투석을 받거나 받지 않는 환자 모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됐다. 반면 에나로이는 투석을 받는 환자의 신성빈혈 치료제로 국내에서 허가된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에나로이도 일본에서는 에브렌조처럼 투석 유무와 관계 없이 모든 신성빈혈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됐다”고 말했다. 이어 “에나로가 이제 막 허가돼, 시장성을 명확히 논하기가 다소 이르다. 의료 현장에서 투석환자를 대상으로 에나로이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지켜볼 예정”이라며 “그런 효과를 보고 앞으로 투석 받지 않는 환자 등 적응증 확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