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제게 너무도 과분한 상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의료인을 발굴하는 ‘성천상’ 제9회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목상의 수상자는 저이지만 실제로는 장애라는 힘든 도전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과 그 가족분들에 격려와 지지를 담아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사진=JW중외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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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그룹의 공익재단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제9회 성천상 수상자로 이미경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001060)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인류 복지 증진에 공헌한 참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이미경 씨는 의사로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33년간 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힘써왔다.
33년간 장애인 재활치료 힘써그는 1984년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건 때문에 필요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술을 펼치고 싶다’라는 신념 아래 재활의학 전공의로 진로를 택하고 1988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상임의사를 자임했다.
당시 국내에서 재활의학은 생소한 비인기 전공분야였다. 특히 장애인에게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정서나 환경까지 관리하는 전인(全人)적 재활치료를 하는 복지관 상임의사는 이씨가 유일했다. 현재까지도 복지관에서 상근하는 의사는 이씨 한 명뿐이다.
그는 복지관 근무 첫 해 의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특수교사, 임상심리사, 직업재활사 등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접근하는 장애인 ‘전인 재활 시스템’을 정립했다. 1992년에는 국내 소아 재활치료 환경의 한계를 느껴 미국 연수를 떠났다.
1997년 복지관에 복귀한 그는 발달장애 진단시점부터 발달 향상을 위해 치료적 개입을 하는 ‘초영역 영유아 조기개입’ 모델을 국내 처음으로 보급했다. 특히 1998년에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감각통합기능을 개선시켜주는 치료를 선보였다. 이 치료법은 현재 전국 주요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뇌성마비 조기 진단법인 ‘보이타 진단법’도 2005년 확대 보급했다.
국내 최초 ‘장애 예방 비디오’ 제작 이씨는 장애재활 관련 도서 ‘스노젤렌, 우리아이 왜 이럴까?’를 발간하고 국내 최초로 ‘장애 예방 비디오’를 제작해 총 1만1500부를 의료기관에 배포하는 등 국내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700여 명의 의대생 대상 전인재활 임상실습을 지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기여했다.
특히 2018년 정년퇴임 후에도 복지관의 요청과 본인의 소명으로 현재까지 촉탁의사로 상근하며 장애인의 의료복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성낙 성천상위원회 위원장은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어 올바른 진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을 일평생 돌보며 재활의료의 선구자적 길을 걸어온 이미경 씨의 삶이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과 부합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8월 19일 서울 서초동 JW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