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오스템임플란트(048260) 횡령 사건이 ‘윗선 지시’라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에 대해 극구 부인했지만 자금 용처 등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나 거래 정지 장기화의 가능성을 남겼다.
| 경찰은 회삿돈 1천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 씨를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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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 모씨와 함께 범행에 참여한 공범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이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으로 경찰은 이씨와 함께 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횡령 자금 추적 및 공범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애초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이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일 ‘단독 범행’에서 ‘범행’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함께 범행을 모행하거나 이 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에 가담한 인물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공범 여부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범행 과정에서 최규옥 회장 등 사내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 씨의 변호인 측은 전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횡령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에 정면 반박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당사가 자체 파악한 바로는 윗선의 개입은 없다”라며 “당사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그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일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최 회장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횡령 혐의로 기소돼 회사가 주식 거래 정지를 당했던 바 있다.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의 용처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28일까지 6회에 걸쳐 약 680억원 상당의 1㎏ 금괴 851개를 한국금거래소 파주점에서 구입했다. 금괴는 일련번호가 있어 추적을 따돌리기 어렵다. 일련번호를 지우는 절차도 번거롭고 680억원 상당의 금괴는 다시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다.
이씨는 또 횡령한 돈 일부를 차명으로 부동산 매입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아울러 앞서 본인 신상정보를 공시하면서까지
동진쎄미켐(005290) 주식을 매수했다가 손절하기도 했다.
경찰은 1kg 금괴 851개 중에서 497개는 현장에서 압수됐지만 나머지 354개는 찾지 못했다. 이 금괴는 약 280억여원 상당이다. 또 동진쎄미켐 주식 매매 손실액 약 300억원, 주식계좌 동결금 251억원, 현금 압수액 4억3000만원 등을 회수했다. 여전히 최소 수백 억원의 회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천문학적 횡령 사건을 두고 소액주주들이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수 법무법인들이 잇따라 오스템임플란트 피해구제 및 보상 소송을 위한 소액주주 모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