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바이오젠(BIIB)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임상 4상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효능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만 임상 데이터를 받기까지 4년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 돼 논란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저조한 실적에 인력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바이오젠은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 ‘시판 후 임상시험’ 임상 4상을 내년에 시작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뇌에서 제거하는 단일클론항체 약물로 17년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으면서 기대감을 모았다.
임상 4상은 1300명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각 환자를 18개월 동안 관찰할 계획이다. 내년 3월 FDA에 최종 계획을 제출하고 5월부터 환자 투약을 시작해 4년내 마무리 할 것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 (케임브리지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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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지난 6월 ‘가속 승인’으로 아두헬름 판매를 허용했다. 가속승인은 미충족 수요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 우선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시판 후 추가로 임상을 요구하는 제도다. 아두헬름 내년 임상은 가속승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승인이 취소될 수 있어 바이오젠에게는 이번 임상에서 성공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아두헬름 실적은 회사 기대와 달리 좋지 않았다.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물론, FDA 승인 과정에서도 의문이 제기되며 관련 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아두헬름 처방가격은 약 6600만원이다.
바이오젠 3분기 실적 중 아두헬름 매출액은 30만달러(약 3억 5000만원)에 그쳤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예상한 매출액(1400만 달러)이나 시장 전망치(1210만 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FDA 승인 직후 종가기준 주당 414.71달러까지 치솟았던 바이오젠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235.52달러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관련 인력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이 영향에 바이오젠 연구 개발 책임자와 최고 의료 책임자(CMO)가 예상치 못한 은퇴를 발표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헬스케어 전문매체 STAT는 바이오젠이 내년 초 1000명 이상 직원을 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2020년 기준 바이오젠 전체 직원 9100명 중 약 11%에 해당되는 수치다.
아두헬름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후발주자들이 반사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도 시장 관심사다. 지난 10월에는 일라이 릴리(Eli Lilly & Co.)가 FDA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한 ‘도나네맙’ 승인 신청을 했다. 특히 일라이 릴리는 아두헬름과 직접 비교(head-to-head)를 통한 임상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가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임상 속도 측면에서 가장 빠르다. 전날 아리바이오는 미국 임상 2상에서 치매 진행을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높이는 다중 효과를 보였다고 밝히면서 내년 1분기에 FDA에 3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