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메디톡스(086900)가
대웅제약(069620)을 상대로 제기한 균주 도용 민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2017년 10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 당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웅제약에는 메디톡스에게 400억원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 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한 제조공정은 대웅제약이 불법 취득한 제조공정에 기초해 개발한 것이라고 봤다. 독자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 개발 기록 등을 근거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원료가 되는 균주와 생산 공정을 두고 다투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 균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로, 피부 밑에 주입하면 미세한 근육 마비가 일어나면서 주름이 펴진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에서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각각 출시했다.
|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제공= 대웅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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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소송으로 번져 2017년부터 두 회사는 국내와 미국에서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메디톡스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1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메디톡스는 이후 청구액을 501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번 1심 판결이 이 소송에 대한 결과다.
메디톡스는 민사 뿐 아니라 형사 소송도 제기했는데, 검찰은 지난해 2월 대웅제약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이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재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에서 이어진 소송에서 국제무역위원회(ICT)는 사실상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다. ICT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웅제약이 항소했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미국 파트너사와 합의하면서 소송은 끝났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이 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조치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