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LG화학(051910)이 국산신약으로서는 처음으로 1000억원 실적을 넘어선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를 넘어 새로운 혁신신약의 목표를 꺼냈다. 10년간 신약 개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2030년까지 혁신신약 2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2003년 팩티브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개발 목표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14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소재를 들고 3대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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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중 가장 앞서나가는 것은 통풍 치료제 LC350189다. 통풍 치료제 개발을 위해 LG화학은 미국 보스톤연구법인을 오픈했다. 이 법인을 중심으로 2022년 초 미국 임상 3상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여기서 성공을 거둔다면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LG화학은 그간 지난 2012년 출시한 자체 개발 신약 제미글로를 통해 새 역사를 썼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제미글로 제품군은 지난해 116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9년 1008억 실적 이후 2년 연속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해 국산 신약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이는 비운의 첫 신약 팩티브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했던 성과였다.국내 신약 처음으로 FDA 승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판매치는 기대에 못 미쳤다. 여기에 올초 물질특허가 만료됐지만 이 약에 대한 제네릭(복제약)은 소식이 없다. 팩티브의 국내 최대 매출은 2011년 150억원이었다.
제미글로 성공 이후 10년간 새 신약 성과가 없었지만 LG화학은 새로운 신약 개발 의지를 더욱 다졌다. 지난 14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나서 신약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LG화학이 의약품 위탁생산(CMO)의 우회로 대신 신약 개발 매진이라는 험로를 택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제네릭이나 위탁생산을 통한 안정적 성장이 아닌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리더로서 나서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어서다.
지난 2017년 LG생명과학을 인수한 뒤 LG화학은 4년 동안 생명과학부문 R&D에 약 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1800억원으로 생명과학부문 매출액 6600억원 대비 27%를 넘어섰다. 이번 1조원 투자 계획은 신약 파이프라인에 국한된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신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바이오 사업은 미래를 위한 LG화학의 보물과도 같다”라며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