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방사선 노출량은 1/30, 장비 가격은 1/10, 부피는 1/5’.
란 폴리아킨(Ran Poliakine) 나녹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믿을 수 없는 엑스레이(X-Ray)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나녹스는 이스라엘 디지털 영상기기 벤처기업으로 지난 2011년 설립돼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SK텔레콤(017670)이 나녹스의 2대 주주로 있다.
| 란 폴리아킨 나녹스 회장 겸 CEO. (제공=나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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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 투자자인 요즈마그룹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나녹스 아크’(Nanox.ARC)는 나노 반도체 기반의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이용해 방사선 노출량을 1/30로 줄였다. 또 제품 가격은 기존 엑스레이 대비 1/10에 불과하다. 나녹스 아크의 크기와 무게는 1/5 수준으로 소규모 병·의원에도 설치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기기는 CT처럼 단층촬영과 합성을 통해 입체 영상까지 제공한다.
나녹스 아크는 지난해 11월 북미방사선학회 콘퍼런스에서 시연됐고, 올 4월엔 나녹스 아크의 일부 품목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전 허가(510k)를 받았다.
이데일리는 지난 13일 란 폴리아킨 나녹스 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나녹스 아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란 폴리아킨 회장은 “기존 엑스레이는 전자를 방출하기 위해 필라멘트를 200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열(熱)음극 기술을 사용했다”면서 “반면 나녹스는 반도체 기반의 냉(冷)음극 기술을 이용했다. 실온에서 전자를 방출하고, 디지털 기술로 이 전자를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녹스 아크는 높은 온도가 필요치 않아, 전력 사용량과 기기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면서 “그 결과 제품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고 부연했다.
이전에 많은 기업이 냉음극 기반의 엑스레이 개발을 시도했지만 짧은 기기 수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실패했다. 나녹스는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일본 소니(SONY)와 TV 스크린에 적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냉음극 장치 수명을 1만 시간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나녹스는 이 기술 권리를 소니로부터 사들이는 조건으로 매출 일부를 공유하기로 했다.
폴리아킨 회장은 나녹스 아크의 개발도상국 보급을 통해, 의료영상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인구의 2/3는 영상의료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면서 “나녹스 아크를 개도국에 무상보급하고 건당 요금을 청구하는 ‘종량제’ 방식으로 빠른 확산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개도국에 전문의료인이 충분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클라우드에 촬영된 이미지를 올리면, 방사선 전문의 또는 인공지능(AI)가 판독해주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녹스는 무상보급 정책을 앞세워 지난달 나이지리아 의료용품 제조 및 유통업체인 아이리노 파마(EiLEENO Pharma)와 1000대의 나녹스 아크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11일 의료 AI 기업 ‘지브라 메디컬 비전’(Zebra Medical Vision)과 원격의료 기업 ‘유에스에이라드’(USARAD)를 각각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 ‘북미방사선학회(RSNA) 컨퍼런스 2020’에서 선보인 나녹스 아크 시연장면. (제공=나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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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는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나녹스는 올해 초 경기도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1만1900㎡(3600평)의 부지를 매입하고, 나녹스 아크의 핵심 부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000만달러(468억원)다. 나녹스는 한국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핵심부품인 엑스레이 튜브를 개당 100달러(11만6900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는 5만달러(5844만원) 내외의 기존 엑스레이 부품의 1/500 수준이다.
폴리아킨 회장은 “SK텔레콤은 초기 전략 파트너로 한국과 베트남의 나녹스 아크 총판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공장에서 나녹스 아크의 주요 부품인 ‘정밀전자시스템반도체’(MEMs)를 생산하는 동시에 SK텔레콤과 반도체 응용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