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이데일리 프리미엄 기사를 무단 전재·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팜이데일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합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수행단을 만나 중동 민간백신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약속받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중동지역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간시장을 공략해 도즈당 1달러 수준이던 콜레라백신 단가를 최소 5달러까지 높임으로써 매출 신장을 꾀할 방침이다. 경쟁사는 없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장이라 유바이오로직스의 민간시장 개척 능력이 향후 관전포인트다.
17일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바이오의약품 회사인 아라바이오와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플러스’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라바이오의 압둘라흐만 알 무타이리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수행단의 일원이다.
| 17일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압둘라흐만 알 무타이리 아라바이오 대표(오른쪽)가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바이오로직스) |
|
2024년엔 중동 민간시장서 최소 1000만 달러 추가수익 기대유비콜-플러스의 중동 민간시장 공급 시점은 이르면 2024년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품목허가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공공시장을 통해서는 지금도 중동지역에 유비콜-플러스가 공급되고 있지만 민간시장에 직접 공급하기 위해 이르면 연말부터 중동에서 국가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임상시험은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없고 품목허가만 받으면 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1~2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유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장중 한때 1만31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날 종가(1만1700원)보다 약 12% 오른 수치다. 거래량도 107만주로 전날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번 MOU는 유바이오로직스가 중동지역 콜레라백신 민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향후 매출 신장을 꾀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3분기 기준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 90%는 유비콜-플러스가 차지하고 있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콜레라백신 공공시장에서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공공시장에서 공급돼 왔기 때문에 도즈당 단가가 현저히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공공시장에 납품되는 유비콜-플러스 가격은 지난해 도즈당 평균 1.38달러(한화 약 1849원)였다. 민간시장에서 공급될 경우 도즈당 단가를 4~5배 높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중동지역 공공시장에서의 유비콜-플러스 공급량은 약 270만 도즈고 내전과 홍수 등 기후이상으로 중동지역 백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중동지역 콜레라백신 공공시장 규모는 연 500만 도즈 정도로 예상되며 민간시장에서도 품목허가 추이에 따라 수백만 도즈를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민간시장을 통해서는) 도즈당 5달러 이상으로 공급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만약 민간시장에서 공공시장의 절반 수준인 200만 도즈만 추가로 공급할 수 있어도 1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이 추가로 열리는 셈이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79억원이며, 영업이익은 9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 유바이오로직스의 콜레라백신 ‘유비콜-플러스’ (사진=유바이오로직스) |
|
민간시장은 중저소득국 위주 진출…시장 개척이 관건유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사우디 제약사와의 MOU를 시작으로 콜레라백신 민간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회사는 네팔,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잠비아, 파키스탄, 필리핀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시장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품목허가 승인을 대기 중이며 이집트, 케냐에서도 추가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가 진출 예정인 민간시장은 중동국가를 비롯한 중저소득국에 치중돼 있다. 회사는 당장 선진국 여행자용 콜레라백신 시장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 등 여행자용 콜레라백신이 중심인 선진국 민간시장에 진출하려면 새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전체 시장규모에 비해 임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서다.
선진국 콜레라백신 민간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은 프랑스 제약사 발네바의 ‘듀코랄’로 연 생산량이 200만 도즈 수준이다. 사실상 선진국의 콜레라백신 시장 전체 규모가 200만 도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 관계자는 “듀코랄의 경우 도즈당 20달러 정도로 단가가 높지만 (유바이오로직스가) 높은 임상비용을 뚫고 백신을 출시한다 해도 듀코랄의 점유율을 얼마나 뺏어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중저소득국은 콜레라백신 시장이 공공시장 위주로 짜여있어 민간시장 개척이 온전히 유바이오로직스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게 과제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중동지역 국가에는 비교적 고소득층이 많아 (민간시장) 개척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중저소득국의 콜레라백신 시장이 경쟁자 없는 무주공산이 됐다는 점도 호재다. 지난달 말 콜레라백신 공공시장에서 점유율 10%로 업계 2위인 유일한 경쟁사 인도 샨타바이오텍이 시장에서 철수, 내년부터 콜레라백신 ‘샨콜’의 공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영국의 더 가디언을 통해 보도됐다.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의 자회사 샨타바이오텍은 이미 지난 3분기부터 샨콜 생산을 잠정 중단하는 등 철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의 유비콜-플러스 생산능력(CAPA)은 연 3300만 도즈 수준이나 진행 중인 강원도 춘천 제2공장 증설이 완료되는 2024년 상반기부터는 6600만 도즈로 두 배까지 늘어난다. 아라바이오 역시 백신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MOU로 현지생산이 가능해지면 총 공급량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회사측에서는 유비콜-플러스 연 생산량이 6600만 도즈가 되면 콜레라백신으로만 최대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