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백신 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는 개발사만이 안다. 실제로 각 국가에 팔리는 코로나19 백신은 해당 국가와 도입 물량, 개발사의 정책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미국 모더나(MRNA)는 지난달 주요 기관 투자가들에게 가격 책정과정을 공개하라는 주주제안을 받기도 했다.
9일 유니세프에 따르면 쿠웨이트가 모더나로부터 한 도즈(1회 접종분)당 40달러(약 4만7000원)에 구매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백신을 산 사례로 기록됐다. 2021년 8월 쿠웨이트 정보가 모더나로부터 100만 도즈를 추가로 구매할 당시 조건이다.
| (자료=유니세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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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데이터는 유니세프가 언론 뉴스와 각 기관 발표, 해당 국가 정치인의 페이스북 등 다양하게 공개된 자료를 모두 취합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구매한 데이터는 없었다. 유니세프 자료를 보면 백신 개발사마다 가격 정책이 달라 국가마다 큰 차이 없이 판매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같은 백신인데도 최대 10배까지 가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로 백신을 비싸게 사들인 국가는 헝가리다. 헝가리는 중국 백신인 시노팜을 1도즈당 36달러에 구입했다. 헝가리 정부는 작년 9월 시노팜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10개월 내 조성하겠다는 의향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새로운 변이에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뒤이어 네팔의 한 민간 기업이 인도 개발사인 바라트 바이오테크(Bharat biotech)의 백신을 1도즈당 35달러에, 태국의 민간 기업이 중국의 시노백(Sinovac)백신을 32.52달러에 각각 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백신을 비싸게 사들인 사례가 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개발된 화이자(PFE)와 모더나 백신은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대체로 20달러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저렴하게 백신을 사들인 사례는 유럽연합(EU)이 2020년 12월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한 도즈당 2.19달러에 사들였을 때다.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판매로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기에 가능했다. 이 회사는 세계 보건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아래 이윤 최소화 가격 정책을 폈다. 해당 백신을 주도한 사라 길버트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도 올해부터 체결되는 백신 판매 계약에는 약간의 수익이 남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여전히 중저소득 국가에는 이윤을 남기지 않고 공급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국내 개발사들도 백신의 가격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에 돌입한 곳은 두 곳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유바이오로직스(206650)다.
국내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한 )선두 업체의 경우 이윤을 어느정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의 경우 이 보다 비싸게 팔수는 없고 조금 더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