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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평소 위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온 A씨. 차도가 없어 병원을 바꾸기로 했다. “어디가 아프신가요?” “이전에 무슨 약 드셨죠?” 의사가 A씨에 질문했다. “위가 아파서 치료를 받았는데 무슨 약을 먹었는진 모르겠어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위 검사 한번 해볼게요.” 병원 간 진료기록이 공유됐다면 A씨가 받지 않아도 될 검사였다.
| 조인산 에비드넷 대표(사진제공=에비드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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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산 에비드넷 대표는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마이데이터’에 대해 “모든 의료기록을 데이터 주인인 ‘개인’이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평소 찾던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 방문해도 (자신의 의료기록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편하면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첫 ‘의료데이터 표준화’ 에비드넷은 한미약품 연구개발(R&D) 및 오픈이노베이션 총괄, 정보전략실장(상무) 등을 지낸 조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의료데이터 플랫폼 업체다. 조 대표는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국내는 병원에 누적된 데이터가 많은데도 데이터 분류가 표준화 돼있지 않아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갈수록 데이터가 필요한 세상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창업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에비드넷은 대형병원들과 잇따라 제휴를 맺으면서 의료데이터 표준화에 나섰다. 청구코드가 있어 분류가 가능한 급여 항목뿐 아니라 병원마다 제각각이던 비급여 항목 분류기준을 일치시킨게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이후엔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제휴를 맺은 병원들 간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병원으로선 연구에 쓸 데이터를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에비드넷 의료데이터 통합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된 연구건수만 약 9200건이다. 중추신경계 질환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바이오벤처에 다기관 연구를 거쳐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바이오벤처에 임상 대상군을 설정해주는 식이다. 현재 에비드넷과 제휴를 맺은 병원은 고려대학교 의료원, 강북삼성병원 등 40여곳으로 5400만명에 대한 의료데이터가 공유되고 있다. 에비드넷은 2022년까지 57개 병원, 98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실증사업자이렇게 쌓은 데이터 역량을 기반으로 에비드넷은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실증사업자로 선정됐다. 에비드넷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에는 신한생명, 아주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파트너사만 20곳이 참여했다. 11월까지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 대표는 “병원에서 의학자들이 연구하는 건 더 나은 진료, 환자의 건강을 더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료, 임상 등에서 환자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비드넷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모바일 앱 ‘메디팡팡’을 통해 전개된다. 비대면 진료부터 환자가 작성한 현재 문진기록, 과거 진료기록, 처방전 등의 정보가 담기는 앱이다. 조 대표는 “환자들이 진료정보 등 자신의 의료데이터에 기반해 다양한 건강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앱을 만들 것”이라며 “진료 등에서 환자가 느낀 불편함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서비스 이용은 환자 동의가 전제조건이다. 마이데이터가 데이터 주인이 ‘개인’이라는 개념이어서다.
개인 편익 증대를 목표로 서비스 범주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비드넷은 빅데이터가 다방면에서 활용되도록 병원, 제약·바이오사, IT 등 영역을 뛰어넘어 업체들과 손잡기로 했다. 자체적으로도 연구개발을 지속해 메디팡팡에 ‘예측모델’을 탑재할 방침이다. 조 대표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향후 A씨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몇프로라는 예측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역시 개인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표”라며 “현재 높은 정확도의 예측모델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 의료진이 가치를 느끼는 예측모델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