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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주주'신뢰'를 잃은 회사는 설자리가 없다
  • 14일 서울 강서구 본사서 임시 주주총회
  • 김선영·유승신 대표 등 경영진 해임 안건
  • 유상증자·파생상품 투자손실 등 갈등 쌓여
  • 주주들 "대표 잇단 거짓말, 더는 못믿는다"
  • 회사 "관리종목 이슈로 유증, DLS 피해 적극 회수"
  • 등록 2021-07-14 오후 3:24:34
  • 수정 2021-07-14 오후 3:49:19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 김선영 대표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더는 믿을 수 없다’ 판단해서 해임을 추진하는 겁니다.”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헬릭스미스(084990) 본사 앞에서 만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주들은 기자에 한목소리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주주 제안으로 헬릭스미스 경영진 해임 여부가 결정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지침으로 50명만 들어갈 수 있게 제한됐다. 8시55분 시작된 주주들의 입장은 9시28분에서야 끝났다. 예정한 주총 시작시각 9시가 훌쩍 지났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위임장 집계만 오후 3~4시께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주총 결과는 오후 6시 넘어서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서울 강서구 헬릭스미스 본사 앞에서 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박미리 기자)


올 초만 해도 김신영 전 사장(전 세종텔레콤 대표)을 단독 대표로 추대하고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이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임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김 대표는 주총에서 “2022년 10월 31일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보유하고 있는 헬릭스미스 주식 전부를 출연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설정한 목표는 주가를 1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것,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엔젠시스’(VM202)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중 하나라도 달성하는 것이다.

약속대로라면 약 1년 후 김 대표가 지분을 내놓고 물러날지, 아닐지 결정된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김 대표에 또 한 번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신뢰에 많은 금이 갔다는 게 이유다. 한 주주는 “회사에서는 우리 뒤에 세력이 있다고 하는 데 없다”며 “김 대표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소액주주들이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주주는 “내년 10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분노’는 엔젠시스 임상 3상 실패와 이로 인한 주가 10분의 1 토막 때문만은 아니다.

헬릭스미스는 2019년 8월 1496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향후 2년간 추가 유증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뒤집었다. 작년 9월 2817억원 규모(최종 1612억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경영진은 참여하지 않았다. 10월에는 2016년부터 5년간 파생결합증권(DLS) 등 68개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해 큰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과거 유증 당시 한 “안전성 높은 금융상품에 예치해 운용하겠다”는 약속에 배치됐다.

헬릭스미스 측은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관리종목 이슈가 발생했다”며 유증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자산 투자에 대해서도 “코로나 장기화로 수익률 높은 상품으로 주목받던 상품들에 문제가 생겼다”며 법무법인 선임, 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해 피해액 회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했다. 전용 게시판을 열고 간담회를 잇따라 열며 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했지만 대표 해임을 표결하는 임시 주총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는 경영에 있어 주주와 회사간 ‘신뢰’가 얼마나 중차대한 사안인가를 새삼 되뇌게 한다.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은 김 대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은 통제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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