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국)=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글로벌 바이오 격전지에서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의 신사업 대전(大戰)이 펼쳐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다. 전 세계 90개국, 9000여 개 기업, 2만여 명이 모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의 대결은 이제 CDMO(바이오 위탁 개발 생산)를 넘어 CRO(임상시험대행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 1위 기업 론자처럼 CRO부터 CDO(개발 대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롯데바이오로직스도 특화 전략으로 CDMO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이번 전시회에서 글로벌 기업과 잡은 미팅 건수는 200건이 넘는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BD(비즈니스 개발) 팀이 잡은 미팅이 200건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대형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 미국 바이오USA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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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넘보는 CRO 전략 시동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새로운 신호탄을 쐈다. CRO 사업 진출이다. 기존 CMO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신약개발의 앞단부터 개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자는 명확하다. 스위스의 론자(Lonza), 중국의 우시앱텍(WuXi AppTec)이다. 두 회사는 CRO와 CDO(위탁개발) 사업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미국과의 강등 여파로 2년 연속 불참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 바이오USA 2025에 참여한 한국 주요 바이오 기업의 신사업 계획 (자료=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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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는 단순한 위탁사업이 아니다. 신약개발 초기부터 전임상, 임상 1상까지 지원하는 영역이다. 여기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먼저 오가노이드(인공 장기)를 통한 전임상 대행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전임상시험에서 동물실험을 축소하고, 오가노이드 같은 대체 기술을 장려하기로 했는데 이런 기조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 셀트리온 부스 전경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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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CMO 부문에서 세계 최대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다. CDMO 전 과정으로 영역을 넓히면,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에서도 협상력이 높아진다. 삼성의 CDMO 시너지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단 전임상 단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 동물임상 대행 CRO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고 오가노이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CDMO 자회사로 맞불…2030년 매출 2.5조 목표 셀트리온도 CRO·CDO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그 중심엔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있다. 지난해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CDMO 경쟁에 합류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바이오USA에서 CDMO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인천 송도 공장은 10만 리터 규모로, 약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공장 건설 자금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 2025 바이오USA 전시장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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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O와 CRO 사업은 연내 본격 개시된다. 셀트리온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 보유한 직판 법인을 활용해 CDMO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연구소 본사는 국내에 두고, 미국과 인도 등에도 거점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목표도 명확하게 정했다. CDO와 CRO에서 2030년까지 5000억 원, CMO 사업에서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CGT(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인프라도 2~3년 내 구축할 예정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 CDO와 CRO에서 매출 5000억원을 올리고, CMO에서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유럽 기술 품고 글로벌 도전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도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작년 독일의 백신 CDMO 기업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며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해당 자회사의 기술력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타진한다. 유럽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국과 아시아로의 수주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 SK바이오팜 부스 전경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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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T는 유럽 내 백신 생산에서 오랜 경험을 지닌 기업이다. SK는 이를 통해 백신뿐 아니라 향후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으로도 CDMO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상황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ADC로 차별화…송도 1공장 가시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내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 가동에 돌입했다. 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송도 제1공장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시아 바이오기업과 체결한 ADC 계약 사례를 공개하며, 특화된 CDMO 역량을 강조한다. ADC는 고부가가치 의약품으로, 향후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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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셀트리온, SK뿐 아니라 동아쏘시오홀딩스, LG화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 녹십자도 별도의 부스 없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글로벌 R&D 파이프라인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기술수출, 공동연구, M&A까지 현장 협업 가능성도 높다. BD(사업개발) 임원들이 직접 미팅을 주도하며 실질적 계약 성과를 도모하고 있다.
 |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 에스티팜, 동아에스티, 에스티젠바이오 부스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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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파마, 최신 파이프라인 대거 공개 이번 바이오USA에선 글로벌 빅파마도 적극적이다. 존슨앤드존슨(J&J)은 암 치료제를, 화이자는 다중 파이프라인 전략을 공유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는 면역항암제와 세포치료제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 2025 바이오USA 전시장 외경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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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 BMS, 다케다 등은 투자 설명회를 통해 GLP-1 계열 치료제(비만·당뇨)에 대한 최신 동향을 공개한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바이오텍 길리어드는 세포치료제 및 면역항암제 최신 임상 결과를 현장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황주리 교류협력본부장은 “올해 바이오 USA를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이 해외시장에 기술을 알리고,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격 지원하려 한다”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증명하고 올 것”이라고 전했다.
 | 2025 바이오USA 내 한국관으로 부스를 낸 기업 리스트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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