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파멥신(208340)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유진산 대표의 지분이 5%에 그치면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들어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낮은 바이오텍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특히 현재 지분율에서는 장내매수만으로도 회사 주인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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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대주주 유진산 파멥신 대표의 지분율은 5.23%에 불과하다. 파멥신은 상장 초기에도 창업주의 낮은 지분율이 투자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8년 11월 IPO 직후 최대주주는 미국계 투자자문사 오비메드가 운용펀드인 카두셔스아시아(Caduceus Asia B.V,)를 통해 8.18%, 유 대표가 2대주주도 6.81%를 보유했었다.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파멥신은 2019년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콜옵션 조항을 넣었다.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와 임직원이 400억원(발행가액의 40%)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었다. 최초전환가액 기준 보통주 59만3568주를 취득, 지분 7.95%를 확보할 수 있다. 리픽싱 70% 조정후 콜옵션 지분율은 10.98%로 늘어난다.
CB 발행 당시만해도 콜옵션(매도청구권) 조항을 통해 유 대표의 지분율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 유 대표의 지분율은 무상증자와 유상증자 단행으로 인해 더 줄어들었다. 우호관계였던 오비메드는 파멥신 지분을 정리했다.
콜옵션은 이뤄지지 않았고,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도 않았다. CB투자자들은 전량 풋옵션을 행사했다. 전환가가 주가보다 비쌌다. 파멥신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로(0) 금리로 CB를 발행하면서 사실상 2년 동안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고 원금 회수를 강행했다.
최근 대표이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최대주주가 바뀌는 바이오회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의 5% 지분율인 파멥신 역시 경영권 위협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는 취약한 지분구조다”며 “파멥신의 파이프라인을 욕심내는 회사 또는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206650)의 경우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자회사 바이오노트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난해 10월 6.25%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최대주주인 김덕상 유바이오로직스 이사의 보유 지분은 5.95%였다. 당시 두 회사 간의 합의는 전혀 없었으며, 유바이오로직스는 공시 직후 뒤늦게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씨티씨바이오(060590) 역시 장내매수를 통해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조호연 회장의 지분율은 5.84%였다. 이민구 더브릿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 장내서 단순투자를 목적으로 씨티씨바이오 주식을 사들였다. 12.82%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까지 선언했다. 이후 조호연 회장과 성기홍 전 대표 모두 떠나면서 창업주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됐다.
특히 조용구 동구바이오제약 부회장(5.15%),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6.47%)까지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씨티씨바이오의 향후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는 조영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이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다.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은 연구개발 목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실권주가 대거 발생하면서 주관사인 KB증권이 모두 떠안았다. KB증권은 지난 10일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27.97%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창업주인 손기영 회장의 지분은 7.4%다.
파멥신에서 유 대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유 대표는 2008년 9월 파멥신을 설립했으며, 20년 넘게 항암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당장 투입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37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파멥신 측은 아직 경영권 방어 대책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변동 사항은 수시로 체크하고 있으며, 당장 경영권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결정 사항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