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신용철 전 아미코젠(092040) 사내이사는 창업 25년 만에 소액주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TC)를 통해 똘똘 뭉친 개미주주들이 신 전 이사를 회사에서 몰아내며 주주 행동주의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 신용철 아미코젠 전 사내이사 (사진=아미코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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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이사는 경상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아미코젠 창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그는 1997년 IMF가 닥치자 제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해주고자 2000년 5월 경남 진주에 학부생 5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아미코젠은 2013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하며 ‘진주 1호 코스닥 상장사’가 됐다. 신 전 이사는 25년간 아미코젠을 이끌며 글로벌 바이오 핵심소재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했으나 이번 해임으로 인해 아미코젠에서의 그의 꿈과 도전은 중단됐다.
앞서 아미코젠은 지난달 26일 임시주총을 열고 신 전 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신 회장이 개인회사인 금곡벤처벨리와 모회사 테라랜드를 통해 차입한 자금 상환에 아미코젠을 동원한 것은 물론, 비피도 투자에도 실패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잃은 탓이 컸다.
특히 최근 신 전 이사가 전략적투자자(SI)로 광무를 영입하려 시도하자 회사 경영진마저 등을 돌렸다. 아미코젠 이사회는 신 전 이사와 박성규 사외이사의 회사 경영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 지속적인 이견 때문에 해임안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과 소액주주들은 광무 영입에 대해 ‘기업사냥꾼’을 끌여들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신 전 이사는 억울해하면서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전 이사는 “작년 말 어려움을 넘기는 시점에서 일부 등기이사들이 주주연대와 연합해 경영권을 차지하게 됐고 저는 경영권을 잃었다”며 “이런 일이 불과 2달 여 만에 일어난 일이라 저로서는 이해하기도, 대응하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시주총 과정에서 제기된 저에 관한 수많은 이슈와 비난, 제가 모시고자 했던 여러 SI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이제 모두 덮어두고 가려고 한다”며 “나중에 때가 되면 진실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로써 신 전 이사는 회사 내 공식적인 직책이 없는 최대주주(지분율 12.6%)가 됐다. 신 전 이사는 이달 초 서울사무소에서 자신의 개인 사물 2박스를 챙겨나오면서 자리를 비웠다. 신 전 이사는 “맨 밑바닥에서 홀로서기를 할 생각”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을 위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이사는 아미코젠 밖으로 떠나지만 필요하다면 회사 일을 돕겠다는 뜻도 전했다. 25년간 열정을 바쳐온 아미코젠의 애정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여전히 제 꿈이 녹아있는 아미코젠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비록 바깥에 있지만 아미코젠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2023년 3월 13일 신 전 이사의 뒤를 이어 아미코젠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표쩌(한국명 박철)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됐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박 대표의 측근으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면서 아미코젠의 경영은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새 경영진은 회사를 안정시킬 새로운 SI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 창업주들은 외부 자금 조달 과정에서 주가가 희석되기 때문에 경영권 관련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며 “점점 소액주주의 결집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창업주들도 본인 회사를 독단적으로 경영하기보단 투자자들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철 전 아미코젠 사내이사 약력
△1960년 8월 4일 출생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생물공학 석사
△KAIST 대학원 생물공학 박사
△KAIST 생명공학연구원 박사후 연구원(Post-Doc.)
△국립경상대학교 자연과학대 미생물학과 교수(현 명예교수)
△2000년 5월 아미코젠 창업
△2023년 3월 대표이사 퇴임
△2025년 2월 사내이사 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