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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과학칼럼]거짓말탐지기, 비접촉 온도계처럼 우리 일상속으로 들어온다
  • 박종현 과학칼럼 9편. 거짓말탐지기 진화와 활용
  • 적외선 거짓말탐지기 등장해 비접촉 온도계처럼 사용
  • 거짓말 하면 코 온도 올라가...적외선이 열변화 감지
  • 일부 국가 공항에선 테러범 색출위해 활용중
  • 앞으로 일상에서 적외선 거짓말탐지기 흔하게 접할 듯
  • 등록 2021-07-10 오전 7:30:08
  • 수정 2021-07-10 오전 7:30:08
과학지식을 그저 알기만 하고, 실생활에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본 칼럼을 통해서,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의 과학교양서를 저술했다.


[박종현 과학커뮤케이터] 드라마나 영화에선 거짓말탐지기가 마치 만능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알고 보면 거짓말탐지기는 그렇게까지 만능은 아니다.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 자체를 탐지하는 기계라기보다는 거짓말의 결과로 나타나는 각종 신체적인 반응들을 탐지하는 기계다. 이름만 거짓말탐지기지 사실상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 탐지기’인 것이다.

그래서 만약 신체적인 반응이 둔감하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짓말탐지기가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 공상허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공상허언증 환자는 본인이 하는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서 신체적인 반응이 달라지지 않는다. 범죄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도 거짓말을 할 때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아서 신체적인 반응이 없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약 10% 정도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거짓말탐지기를 실제 현장에서 용의자가 정말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하기엔 다소 위험하다.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않는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거짓말하면 코 온도 높아져...‘적외선’ 거짓말탐지기 바로 알아채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용의자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도구로는 사용할 수 있다. 계속 거짓말을 하던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보고 체념해서 순순히 자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짓말탐지기만으로 범죄 누명을 쓴 사람들이 누명을 벗거나 범죄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일도 생각보다 많다. 특히 교통사고와 같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는 거짓말탐지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거짓말탐지기는 생각보다 꽤 많은 분야에서 사용된다.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무작정 사용가치가 낮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알고 보면 정확도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범용성과 편리성이다.

거짓말탐지기는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거짓말탐지기를 하나 꼽자면 바로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도 소개되었을 정도다.

원리는 간단하다. 적외선카메라로 얼굴의 열을 감지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코와 그 주변의 온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카테콜아민이 코속 조직을 팽창시키고 혈압을 올려서 코의 온도가 높아지는 원리다. 증상이 심할 경우 거짓말을 하다가 코가 갑자기 간지러워져서 긁기도 한다. 비록 거짓말을 하면서 생겨나는 코의 온도 변화는 아주 적은 수준이지만 적외선카메라는 충분히 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적외선 거짓말탐지기, 일상에서 접할 날 머지않아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용 방법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기존 거짓말탐지기는 몸에 센서를 부착해야 하기에 사용하기 번거롭지만,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는 그냥 적외선카메라를 용의자에게 가져다 대면 된다. 부담스럽게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댈 필요도 없다. 용의자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도 적외선카메라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보다 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소지품 검사를 할 때 소지하면 안 되는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지 물어보면서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일일이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기존 거짓말탐지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전히 정확도가 높지 못하기에 평가절하되기 쉬운데, 잘 생각해보면 활용도는 더 높다.

현재 거짓말탐지기의 발전은 정확도를 높이기보다는 편리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 위험이 있는 나라의 공항에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해서 테러범들의 입국을 방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아마 거짓말탐지기는 낮은 정확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점점 편리해지는 형태로, 더욱 다양한 용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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