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티움바이오가 원조를 뛰어넘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개발로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티움바이오 연구소. (제공=티움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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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티움바이오(321550)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치료제 후보물질 ‘NCE403’은 유럽 5개국에서 80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첫 환자 등록을 시작했고 내년 말 마지막 피험자 약물 투여와 추적 관찰이 끝난다. NCE403의 유럽 임상 2a상 결과는 2023년 1분기에 나올 예정이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 있는 것을 말한다.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병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극심한 생리통, 복통, 불임 등이 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 패러다임 바뀌어자궁내막증은 성호르몬 ‘에스트라디올’에 의해 악화된다. 이 때문에 자궁내막 치료제는 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황체형성 호르몬(LH) 또는 난포자극호르몬(FSH)를 차단하거나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기존 치료제 부작용이 상당하다. 티움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자궁내막 치료제는 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LH·FSH 분비를 자극한다”며 “그 결과 투약 초기 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다가 폐경기 여성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성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해 몸속 성호르몬을 한꺼번에 방출시킨다. 이른바 작용·반작용 원리가 적용된 셈이다.
그는 “기존 치료제는 복용 초기 성호르몬 수치가 상승할 때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며 “또 성호르몬 수치가 필요 이상으로 급감해 가임기 여성에게 폐경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호르몬 수치 정상화를 위해 호르몬 주사를 별도로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자궁내막증 치료제는 수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애브비(Abbvie)가 지난 2018년 ‘엘라골릭스’(Elagolix)를 내놓으면서 자궁내막증 치료제 판도가 바뀌었다. 엘라골릭스는 시상하부에서 관여해 LH·FSH 분비를 차단한다. 다시 말해, 기존 치료제는 성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도꼭지를 최대한 열었다면 엘라골릭스는 수도꼭지를 잠근다. 당연히 성호르몬 초기 상승이 없어 투약 직후 고통도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는 엘라골릭스가 오는 2022년 글로벌 전체 자궁내막증 치료제 시장 35억달러(4조원) 가운데 53%인 19억달러(2조2382억원)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엘라골릭스 출시 4년 만에 기존 치료제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본 것이다.
티움바이오, 원조 뛰어넘고 경쟁자 가운덴 선두티움바이오 NCE403은 엘라골릭스의 후발주자다. 하지만 치료 효과에선 원조 엘라골릭스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티움바이오 관계자는 “NCE403은 전임상과 유럽 1b상에서 투약 후 엘라골릭스보다 안정적으로 LH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엘라골릭스가 하루 2번 복용해야 하지만 NCE403은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고 비교했다.
또 NCE403은 경구제로 주사제였던 기존 치료제보다 편의성이 높다. 또 복용 알약 개수 조절을 통해 환자별로 성호르몬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임상 중인 경쟁 치료제 후보물질 중에서도 NCE403은 가장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약사 다케다의 ‘렐로골릭스’(Relugolix) 현재 미국에서 자궁내막증 환자 대상으로 임상 3상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치료제는 약효가 너무 강해 이전 치료제처럼 성호르몬 수치를 폐경 여성 수준까지 감소시킨다. 그 결과 렐로골릭스는 호르몬 병용 투여가 함께 이뤄진다.
이는 렐로골릭스가 애초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개발된 게 아니라 전립선암과 자궁근종 약제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다케다는 렐로골릭스를 자긍근종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옵세바의 ‘린자골릭스’(Linzagolix)도 자궁내막증 임상 3상 중에 노년 여성 수준으로의 골밀도 감소가 발견돼 임상을 중단한 상태다. 골밀도 감소는 체내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나타나는 대표적 노화 현상이다.
티움바이오는 NCE403 기술수출을 자신했다. 티움바이오 관계자는 “자궁내막증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주로 임상 2상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졌다”면서 “기술수출 규모는 렐로골릭스나 린자골릭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복수의 해외 제약사들과 NCE403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렐로골릭스는 임상 3상에서 1억8800만달러(2156억원)에, 린자골릭스는 임상 2상에서 1억9800만달러(2333억원)에 각각 기술이전 됐다. 한편 티움바이오는 지난 2019년 총 40억원에 NCE403 국내 판권을 대원제약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