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임시주주총회 결과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무승부로 마무리되면서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내년 3월에도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양측이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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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결과, 무승부…이사회 마비될라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개최한 임시주총 결과,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진 못했지만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사회로 신규 진입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5명, 3자 연합(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 5명으로 동률이 됐다.
이사회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팽팽한 구조가 되면서 당분간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형제 측이 추진했던 경영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형제 측이 추진하려던 외부 투자 유치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가 동률로 구성된 상황이지만 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대표는 28일 주총장을 나오면서 “이번에 이사회가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면서 강력한 경영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을 암시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선 4자 연합이 유리?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3자 연합 측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 같은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형제 측은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3자 연합 측 이사진 3명의 자리를 비우고 우호 세력으로 채우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3월 주총에서는 송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사회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형제 측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우호적인 소액주주를 포함해 과반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3자 연합 측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대신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하면 되기 때문이다.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항인 이사 해임 안건과 달리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은 과반수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지분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3자 연합 측이 내년 3월 정기주총 표 대결에서 더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자 연합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를 우군으로 확보하며 사실상 4자 연합으로 거듭났다.
라데팡스는 지난 19일 송 회장, 임 부회장과 가현문화재단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3.7%를 취득했다. 지난 26일에는 임종훈 대표가 블록딜로 내놓은 지분을 매입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5%를 확보했다. 이달 라데팡스와 주식매매계약(SPA) 거래를 마치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5.7%, 8.11%가 된다. 여기에 신 회장의 지분(14.97%)과 한양정밀의 지분(3.95%)을 더하면 4자 연합의 지분율은 37.77%에 달한다.
임 대표의 블록딜로 형제 측 지분율이 줄어들면서 양 측의 지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임 대표의 블록딜 이후 임 대표의 지분율은 9.15%에서 7.85%로 떨어졌다. 여기에 임 사내이사(12.46%)와 임 사내이사의 개인회사 디엑스앤브이엑스(0.42%)의 지분을 더해도 20.73% 수준이다.
3자 연합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57%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다음 주총에서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한 주식수는 출석 의결권 중 57.89%였으며, 신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찬성한 주식수는 57.86%였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주총 결과를 보면 3자 연합 측이 이미 과반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당분간 3자 연합이 지분율 측면에서 우위에 서더라도 2027년까지 임 대표 체제 하에 이사회 구성이 동률로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임 대표를 포함한 형제 측 이사 5인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7년 3월까지는 3자 연합의 이사회 장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내달 열릴 한미약품 임시주총도 주목이번 임시주총의 ‘2라운드’가 될 내달 19일 열릴 한미약품(128940)의 임시주주총회도 관전 포인트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열릴 주총에서는 3인 연합 측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과 형제 측인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의 신규 선임의 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해임 안건의 경우 출석 주주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절반을 차지한 3자 연합이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저지할 수도 있다. 해당 주총에서도 뚜렷한 승패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어느 한 쪽이 완승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신약개발에는 장기적인 일관성이 중요한데 경영이 흔들리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