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다크호스 K의료기기]②'디지털' 앞세워 글로벌 시장 우뚝
  • 바텍, 치과용 3D CT 글로벌 1위…매출 89% 해외
    글로벌사 주목 루닛, X-ray 시장 판로 과반 확보
    디오, 디지털 임플란트 첫 출시…세계 점유율 50%
    IT강국, 기술변화 민감 선제적으로 디지털 접목
  • 등록 2021-09-07 오전 7:30:44
  • 수정 2021-09-07 오전 7:30:44
[이데일리 박미리 김지완 기자] 바텍(043150)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치과용 디지털 영상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강소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세계 치과 영상장비 분야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1위(169건)를 차지한다. 바텍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대표작으로는 엑스레이 1회 촬영으로 2D 파노라마와 3D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동시에 뽑아내는 장비가 꼽힌다. 경쟁제품 대비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방사선 노출량이 적다. 이를 기반으로 바텍은 덴츠플라이시로나, 다나허 등을 제치고 글로벌 3D CT 시장 1위를 점한다. 매출의 89%는 해외에서 올린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 연평균 46% 성장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을 앞세워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의료기기를 뜻한다. 질병 예방·치료 등 헬스케어가 목적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건 2016년 4차 산업혁명 이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허가도 2017년 9월 나왔다.

최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2년 96억4000만달러(11조8000억원)로 2018년 이후 연평균 46% 성장이 점쳐진다. 이 기간 전체 의료기기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5.6%(2022년 4827억달러·560조원, 피치솔루션 기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내 의료기기 수출도 2016년 29억달러(3조3811억원)→ 2018년 36억달러(4조1824억원)→ 지난해 66억달러(7조6885억원) 등으로 급증세다. 국내 의료시장 규모는 작년 89억달러(10조원)로 세계 9위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AI, 모바일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등 새로운 개발에 국내 업계가 도전해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치과기기, 인공지능(AI) 및 로봇기술, 미용 치료기기 등은 우리나라의 강점이 큰 분야다. 수치적으로도 실적을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백억원 투자 유치·점유율 1위 선전

바텍 외에도 글로벌 다크호스로 떠오른 국내 의료기기 기업으로는 의료 AI기업 루닛이 손꼽힌다. 진단영상은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가장 크다. 최근 루닛은 필립스, 후지필름 등과 손잡고 글로벌 엑스레이 시장 점유율 과반의 판로를 확보했다. 또 기업가치가 약 13조원으로 평가되는 나스닥 상장사 가던트헬스로부터 약 3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후지필름의 경우 투자 전 시장에 나온 엑스레이 제품을 모두 테스트했는데 루닛 제품이 가장 월등했다고 전했다”며 “가던트헬스도 다양한 AI 회사의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루닛 제품의 성능을 제일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AI 의료기기 출시업체인 뷰노는 일본, 대만 등 기업과 판매 계약을 맺고 코어라인소프트는 유럽 6개국에서 진행되는 ‘폐암검진 사업’에 소프트웨어를 단독으로 제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치과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디오(039840) 등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디오는 2014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임플란트 솔루션을 출시했다. 현재 글로벌 디지털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국내와 중국 임플란트 시장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도 디지털 임플란트 시장에서 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글로벌 디지털 임플란트 시장 내 구강스캐너 부문 점유율은 38%로 1위, 가이드 부문은 25%로 2위였다.

4차산업 기술 선제 도입·IT에 열린 우수 인재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 높은 IT 기술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최근 엔지니어 마인드와 지식을 갖춘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디지털 의료기기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면서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의 질적 성장이 나타났다”고 했다. 서 대표도 “의료기기 회사이지만 AI 전문가, 개발자 등 IT 인력만 전체 60%일 정도로 IT 최우선 전략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산업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4차산업 기술을 도입했다. 현정훈 바텍 부회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틈새시장을 찾아 1등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시장 진출 당시부터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을 겨냥한 제품만을 출시한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루닛도 2016년 알파고로 AI가 알려지기 전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6명이 AI를 주목해 설립한 회사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AI 의료기기 개발 및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도 우리나라다.

특허를 지속 출원하거나 양질의 데이터 학습에 나서는 등 기술력도 강화했다. 현 부회장은 “엑스레이 시스템의 핵심부품인 디텍터, 제너레이터,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기술 및 역량을 자체적으로 보유했다”며 “부품소재부터 연구, 제조의 모든 분야를 내재화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바텍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바텍의 제품이 경쟁사 대비 가격이 높음에도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라는 전언이다.

박미리 기자 m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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