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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영업적자' 진원생명, 코스피 상장유지 언제까지
  • 감염병 사태마다 백신 개발 이슈로 몸값 올려
  • CB 발행, 유증 등으로 자기자본 5년 간 463%↑
  • "연구개발 성과 없어 주주들 속만 태워" 지적도
  • 코로나 백신 아직 임상 초기… 스프레이 치료제는 '중단'
  • 등록 2022-08-29 오전 8:00:28
  • 수정 2022-08-29 오후 2:02:24
이 기사는 2022년8월29일 8시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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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18년 째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가증권시장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감염병 사태 때마다 백신·치료제 등 호재를 활용, ‘시의적절’하게 자금 조달에 성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사업 성과를 일궈내지 못하면서 주주 속만 태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유지 허들 낮은 코스피

진원생명과학(옛 동일패브릭)은 의료용 심지전문 제조와 판매를 목적으로 1976년 설립됐고 198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미국 바이오 기업 VGX파마에 인수합병된 후 사명을 VGX인터내셔널로 변경,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는 당시 VGX파마 창립 멤버다. 2014년 진원생명과학으로 사명을 바꿨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게 된 시점은 2004년부터다. 이후 18년 째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10억원 대였던 영업손실은 2007년을 기점으로 급증해 2008년 52억원(매출액 140억원), 2012년 84억원(매출액 194억원), 2016년 140억원(매출액 31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1년 영업손실은 275억원(매출액 387억원)으로 상장 후 최대 적자 규모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도 162억원(매출액 263억원) 적자 상태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라면 이미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뻔 했지만 상장유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코스피에 상장돼 있어 이러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코스닥 상장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어 연속으로 1년 더 영업손실(5년 연속 영업손실)이 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반면 코스피 상장 유지 조건에는 장기영업손실과 같은 항목이 없고 자본잠식률만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진원생명과학은 시의적절하게 자금 조달을 이어가면서 코스피 상장을 유지,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메스르(2015년), 지카 바이러스(2016년), 코로나19(2020년) 등 감염병 사태 때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업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국책 과제 선정이나 연구비 지원, 공동개발 소식 등 호재도 쏟아냈다. 그 때마다 주가는 급등했고 회사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유상증자 실시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실탄을 확보했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CB 4건 발행으로 약 727억원, 유상증자는 5건 추진해 약 235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실제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지난 2015년 5월 27일 이노비오와 메르스 DNA 백신 공동연구계약 체결 소식에 일주일 만에 1만3200원에서 2만2800원(2015년 6월 2일 종가 기준)까지 72% 올랐다. 이듬해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DNA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6년 1월 22일 이노비오와 DNA 백신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후 이날 기준 1만1100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2만1050원(2016년 2월 1일 종가 기준)으로 105%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슈로 시장 주목을 받았다. 2020년 3월27일 ‘2020년도 질병관리본부 용역과제인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개발 사업’에 우선 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소식에 764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1만5100원(2020년 4월 7일 종가 기준)까지 약 97% 상승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진원생명과학은 727억원 규모로 CB를 4회에 걸쳐 발행했다. ▲2016년 5월 17일 250억원 규모 ▲2018년 4월 10일 120억원 규모 ▲2020년 11월 23일 240억원 규모 ▲2022년 4월 13일 117억원 규모다.

유상증자는 2350억원 규모로 5회에 걸쳐 추진했다. ▲2017년 9월 1일 222억원 규모 ▲2019년 7월 1일 29억원 규모 ▲2019년 11월 8일 198억원 규모 ▲2020년 4월 29일 764억원 규모 ▲2021년 9월 1일 1137억원 규모다.

공격적인 자금 조달 결과 장기간 적자지속에도 회사 자기자본은 급증했다. 실제 지난 2017년 365억원 규모였던 진원생명과학 자기자본은 2021년 2054억원으로 463% 늘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 관리종목 요건인 자본잠식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결실 없는’ R&D

진원생명과학은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 하나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주주들 자금을 지속적으로 태웠지만 정작 가시적인 결과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원생명과학 백신 파이프라인.(자료= 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
그나마 진원생명과학 주력 백신 파이프라인 중 임상시험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은 메르스 백신 ‘GLS-5300’과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GLS-1027’이다. 메르스 백신은 현재 국내 1·2a상 투약을 마치고 임상을 종료했다. 후속 임상은 미국 이노비오가 진행하기로 했지만 아직 새로 임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없다.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는 피험자 모집이 끝나 투약을 마치고 다음달 쯤 임상2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카 DNA 백신 ‘GLS-5700’은 임상1상, 살인진드기 감염병 예방 DNA 백신 ‘GLS-5140’은 전임상 단계다. 코로나19 백신 ‘GLS-5310’은 올해 1월 부스터샷으로 임상 전략을 수정한 후 최근 임상1·2a상 환자 모집과 투약을 마쳤다. 스프레이형 코로나 치료제는 피험자 모집이 어려워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다. 다만 이 중 일부 파이프라인은 이노비오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을 때 진원생명과학이 임상 초기 단계를, 이노비오가 후속 임상을 각각 진행하기로 했다.

진원생명과학의 사업 행태를 지켜보는 업계 시각은 부정적이다. 그간 여러 차례 감염병 대응 백신 개발 의사를 밝혀 자금 조달엔 성공했지만 정작 개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 CB 발행이나 유증 횟수는 업계 평균 수준이라고 쳐도, 매번 감염병 이슈로 주가를 띄우고 특별한 성과 없이 시총을 올렸는데 ‘다음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에 돈이 많이 쌓였으면 주주친화책이나 자사주 매입이든 이야기가 나와줘야 할 타이밍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은 상장 요건이 코스닥 시장보다 높은 만큼 상장폐지 요건은 코스닥 보다 덜 까다롭다”며 “그렇지만 영업손실이 18년 간 이어지고 있는 기업을 거래소가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진원생명과학과 유사한 종목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앞으로 이런 종목도 나올 것이기 때문에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원생명과학 측 입장을 수 차례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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