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모더나(MRNA)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개발에 나섰다. 바이러스가 확산한 후에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성을 미리 따져보는 것이다. 모더나는 화이자(PFE)와 함께 세계에서 최초로 mRNA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서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은 퀸즐랜드 대학(UQ)이 모더나와 협력해 mRNA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백신을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퀸즐랜드 대학은 백신에 접목될 수 있는 단백질을 선별하고, 동물에 대한 실험용 백신 실험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마크 워커 퀸즐랜드 대학 교수는 “올해 말까지 동물 실험을 위한 실험용 백신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뇌에 손상을 입히는 뇌염의 일종으로 주로 모기에 의해서 감염된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면역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말을 위한 백신은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인간을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 (사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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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설계도 격인 유전물질을 넣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개발 기간이 짧아 기존 백신보다 바이러스 변이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퀸즐랜드 대학 연구원들은 박테리아나 기생충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 계열의 병원균에 대해서도 mRNA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워커 교수는 “mRNA 백신이 세균 감염이나 기생충 감염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직 입증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다음 팬데믹까지 기다렸다가 처음부터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유행 이전에 mRNA 기술로 무엇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커 교수는 “mRNA 접근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새로운 접근법이기 때문에 개발 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에서 개발돼 승인받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워커 교수는 앞으로 그 시간을 짧게 100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기준 모더나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64% 하락한 139.52달러에 마감했다. 코로나19 백신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상승 모멘텀을 잃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사라지면서 현지 투자자들의 시각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특히 4차 접종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스탠스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더나는 지난 9일 하루에만 10.22% 상승하면서 하락분을 일부 만회했다. 이에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부스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백신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알버트 불라 화이자 대표(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에 대한 데이터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4차 백신을 고려하고 있다는게 분명해졌고, 모더나도 광범위한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