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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업체 '투톱' 씨젠 vs 에스디바이오센서, 대조적 오너 경영전략
  •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진단키트 업체들
  • 오너들 상반된 경영 행보 '눈길'
  • "천종윤 대표 신중한 성격에 워커홀릭… M&A 고심 중"
  • "조영식 의장, 효율 중심 경영… 선택과 집중에 방점"
  • 등록 2022-08-22 오전 8:00:04
  • 수정 2022-08-22 오전 8:00:04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진단키트 업체 ‘투톱’인 씨젠(096530)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규 사업을 발굴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두 회사 오너의 경영 행보는 상반돼 눈길을 끈다. 분자진단 외길을 고집하는 천종윤 씨젠 대표와는 대조적으로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은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영전략을 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 우물만 판다”… 천 대표의 ‘뚝심’ 경영

20년 넘게 씨젠을 이끌고 있는 천종윤 대표는 분자 진단 분야 전문가다. 1957년 생으로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 의대, 버클리 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 9월 이대 교수 재직 중 씨젠을 창업했다.

천종윤 씨젠 대표.(사진= 씨젠)
경영 목표는 ‘진단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이 갖추자’다. 그만큼 천 대표는 분자 진단 분야 외에 다른 사업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씨젠이 ‘돈 되는’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씨젠 관계자는 “천 대표는 ‘정확하지 않은’ 검사는 하지 않는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 때도 자가검사키트 사업을 하면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거란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PCR만을 고집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최근 PCR 장비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한 다른 진단키트 업체들과 달리 매출원이 다각화돼 있지 않아 실적 하락폭이 컸다. 2분기 씨젠 매출은 12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7.5%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91%나 감소했다.

천 대표의 이 같은 ‘뚝심’ 경영은 기업 인수·합병(M&A) 영역에서도 묻어난다. 씨젠은 지난해 투자전략부를 신설하고 M&A 전문가 등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관련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자 진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완벽한’ M&A 대상을 찾을 때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씨젠 관계자는 “상당히 신중한 성격이다. 완벽한 매물을 찾을 때까지는 딜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고 있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곳은 못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씨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819억원. 2019년 말 491억원에서 2020년 말 3081억원, 2021년 말 4321억원으로 현금이 크게 늘었다. 자산총계에서 부채를 제외해도 순자산은 1조2344억원이다. 천 대표 결심만 선다면 충분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탄한 기술력이 비결”… 조 의장의 ‘효율 중심’ 경영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은 20여 년 간 체외진단 분야에 몸 담은 학자이자 사업가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13년 간 녹십자에서 생산관리와 연구분야에서 근무했다. 회사원 신분으로 생화학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2월 에스디(현재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설립했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사진= 이데일리)
조 의장은 녹십자에서 진단시약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에스디 창업 초기부터 진단시약 기술에만 집중했다. 이런 노력으로 창업 1년 만에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진단시약의 주요 원료인 ‘골드 컨쥬게이트(Gold Cpnjugate)’를 개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발 빠르게 진단 제품군을 확대해 국내 대표 진단키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진단 제품 판매 호조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상반기 매출 2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 중심 방식은 조 의장의 경영 방침이기도 하다. 그의 경영 철학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가 M&A 분야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상반기에만 M&A 3건을 완수하며 업계 이목을 끌었다. 지난 달에도 국내 업계 최대인 2조원 규모 M&A 딜을 발표했다.

굵직한 계약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탄탄히 다져놓은 기술력에 대한 조 의장의 자신감 때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 진단키트 업계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마케팅이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확실한 원천기술이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었다. 최근 대형 딜도 에스디바이오센서 기술력으로 합병 회사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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